한해가 지나간다.

이난희.여성사회연구
이난희.여성사회연구 · 작가, 번역가,연구자
2023/02/13

한해가 지나간다.
어두운 창밖엔 검은 집들이 웅크리고 앉아있다. 
검은 건물, 회색 창문, 빨간 십자가, 십자가...
내 젊은 날, 나의 전부였던 십자가는 
이 밤도 피처럼 붉게 빛난다.
저 멀리 창백한 가로등 불빛은 별처럼 반짝인다..
한 해 내내 살아내느라 
눌러 놓았던 무거운 피로가 엄습한다.

아픈 몸이 아프지 않을 때까지
흔들리는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때까지
시린 가슴이 시리지 않을 때까지
나는 웅크린 짐승처럼 말 없이 몸살을 앓는다
몇날 몇일을 앓는다
검은 창밖으로 하얀 별빛이 사라질 때쯤
어두운 하늘 아래 
바람과 나무가 꿈틀거리며 깨어날 때쯤
나는 굵어진 나이테처럼 
싱그러운 마음으로 내일을 맞이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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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스 커피 한잔, 여성신학 한스푼,”“방구석 여행가들의 일상 이야기가 궁금하니?(공저)” 등의 책을 썼습니다. “기독교는 식사에서 시작되었다(공역),” “뚱뚱한 예수(공역)” 등을 번역했습니다. 영자신문 ‘코리아 타임즈’에 비정기로 글을 기고합니다. 여성신학 박사로 강의를 했고, 여성, 사회, 문화에 대한 다양한 한글 및 영어 에세이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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