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세곡
천세곡 · 남들과는 다르게 누구보다 느리게
2024/11/04
요즘 들어 반항심인지 사십춘기인지 엉뚱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안 하던 걸 해보고 싶다는 그런 생각이다. 그게 무엇이든 전에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혹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그런 일들 말이다.

  이를테면 수염을 기르는 것. 나는 벌써 3주째 면도를 하지 않고 있다. 열심히 수염을 기르는 중이다. 중간에 너무 지저분할 때 살짝 숱을 친 것 말고는 거의 자르지 않았다.

▲모낭염 때문에 면도는 매일 내게 고통이었다. ⓒ supply on Unsplash

  나는 무슨 자신감으로 수염을 기르고 있을까? 수염을 기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피부 트러블로 인한 괴로움이커서다. 원래 매일 면도를 했는데 몇 달 전부터 면도하는 게 엄청 괴로워졌다.

  꾸준히 나를 괴롭혀 온 모낭염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내 입술과 턱 사이 중앙에 모낭염이 생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는데 한 번 생긴 모낭염은 사라지지 않았다.

  면도를 하면 할수록 더 심해졌다. 나름 달래 보겠다고 관리도 해주고 연고도 발라보았다. 부풀어 올라 터지고 딱지로 굳어진 후 없어지는 듯하더니 옆자리에 다시 또 생겨난다. 끝도 없는 녀석의 죽음과 부활은 <지옥> 시즌2를 생각나게 할 정도다. 분명히 죽었는데 부활자로 다시 돌아오곤 했다.

  그렇다고 면도를 안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나는 절대 변요한도 차승원도 아니니까. 면도의 방법을 바꿔보았다. 면도기 소독도 철저히 했다. 딱히 큰 효과가 없다. 하다 하다 상남자들이 한다는 클래식 면도까지 도전해 봤다. 바버샵 가면 해준다는 그 거품 면도 말이다.

  먼저 따뜻한 물로 세안을 한다. 프리 쉐이브 크림을 듬뿍 발라 수염을 ...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바로, 오늘이 모두의 봄날이 되기를 바라며 글을 쓰고 있다.
754
팔로워 428
팔로잉 7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