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족관을 짓듯이 영화를 만드는 방법

abyss021
abyss021 · 영화, 문화
2024/03/21

  대런 아로노프스키는 일종의 유물론자처럼 보인다. 그는 인간을 육체의 반응으로만 이루어진 존재처럼 묘사한다. 그의 영화는 종종 폐쇄적 성격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설정해 왔고, 해당 인물의 심리와 감정이라는 육체의 반응이 곧 작품의 스토리와 연출이 된다. 가장 유명한 <블랙 스완>도 그러하고, 조금 더 초기작인 <레퀴엠>을 떠올려 보아도 그렇다. 대런 아로노프스키는 확실히 인간의 '정신적 닫힌 상태'에 흥미를 가지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자학하며 무너지는 인물들. 이것은 부인할 수 없는 비극인데, 그 비극을 최대한 세세하게 묘사해 나아가 곧장 관객의 감각적 반응으로 이어지도록 연출하는 그의 태도에서는 일종의 유희적 성격마저도 발견되는 듯하다.

  대런 아로노프스키 작품의 다른 주인공들처럼 '닫힌 사람'인 찰리는 동시에 병든 사람이다. 그의 정신과 육체는 병들어 있다. 그는 연인의 죽음이라는 사건을 겪으며 극도로 우울한 시간을 겪었다. 또한 그 상태에서 스스로 벗어나기 어려워 그 고통에 수몰되는 쪽을 택했다. 죽음을 목전에 둘 정도로 각종 신체적 병세가 심화되었지만, 그는 "돈이 없다"는 거짓 핑계를 대며 병원에 가라는 친구 리즈의 명령 같은 조언을 한사코 거절한다. 그리고 괴로워지면 자학하듯 음식을 먹어치운다. 작품 속에서 또한 흥미로운 지점은 또한 음식을 먹을 때의 찰리의 표정이다. 부정적인 상황, 그리고 촉발되는 부정적인 감정에도 불구하고 음식을 먹을 때 찰리의 표정은 희열에 가득 찬 것처럼 보이며, 나아가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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