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전 군대 이야기(16)제대하던 날

정광헌 · 낙서글과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사람
2024/02/28
1974년 9월17일 입대한지 31개월 만인 1977년 4월10일부(일)로 제대 특명을 받고 4월9일(토) 부대를 출발했다. 4월10일(일) 71훈련단(태릉)에 가서 병역수첩과 피복카드를 제출하고 4월12일(화) 제대증(병역수첩)과 마지막 월급을 받았다, 

30사단 신병교육대에서 6주간 훈병으로 기초훈련을 마치고 1974년 11월 2일 육군 이병이 되었다. 그리고 육군병기학교에서 10주간 교육을 받던 1975년 1월 1일 일병으로 진급하고, 그리고 1년 후인 1976년 1월 1일 상병으로 진급하였고, 76년 11월1일 병장이 되었다. 훈병에서 일병 때까지는 제대라는 것을 생각해볼 엄두도 낼 수 없었고 그저 머나먼 미래의 일로 느껴졌다. 상병으로 진급하면서 내가 언제쯤 제대를 하게 될지 계산을 해보았었다. 15개월 정도 남았었는데, 아득히 멀게 느껴졌다. 그러나 제대 6개월을 남기고 병장이 되었을 때는, “드디어 제대가 다되었구나!”라는 생각에 마음이 들뜨기까지 했다. 선배들이 모자 속에 달력을 그려놓고 매일 하나씩 지워나간다는 말이 이해가 되었다.

병장으로 진급된 군대에서의 마지막 겨울, 야전잠바를 걸치고 사무실 난로 가에 손을 비비고 앉아 지난 시간들을 생각해보면 정말 시간이 화살처럼 빨리 지난 것 같았다. 1974년 학교 교정에서 연행되던 순간부터 서대문형무소에 구속되던 일, 그리고 3개월 후 석방 후 한 달 만에 징병검사 통지서를 받던 일, 그리고 또 한 달 후 해바라기가 넘실대던 길을 지나 신병교육대에 입소하던 일, 훈련 중 숟가락을 분실했던 일, 오랜만에 연병장 입구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낯 설은 시커먼 훈련병이라 놀랬던 일, 처음 사격을 하면서 과연 내 총에서도 폭음을 내며 총탄이 나갈지 의심하던 일, 이등병 계급장을 달고 부산행 군용 열차를 탔던 일, 병기학교에서의 폭력과 한 밤중에 철조망을 넘어 닭집과의 거래, 학생장을 맡아 고군분투하던 일, 고교 선배들이 소화제와 불고기를 먹여주던 일, 고교 후배 현호와 취침 시간에 식당의 잔반을 훔쳐 먹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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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장년 시절 종합상사에서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격렬하게 뛰어다니며 한국 상품의 해외 시장 개척에 진력하였습니다. 은퇴 후에는 국내 중소 중견 기업들의 해외 시장 개척 전략 수립과 고객 확보 지원 사업을 개인사업으로 영위했습니다. 이제 노년이 되어서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취미를 갖고 즐겁게 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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