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써서 먹고사는 삶] 7. 작가로 살기 위해 필요한 것

김신회
김신회 인증된 계정 · 전업작가. 개와 살며 글을 씁니다.
2024/04/18
글 쓰는 일을 직업으로 한지 올해로 열여덟 해가 됐다. 전업 작가로 살기 전, 방송작가로 일한 것까지 계산하면 이십 년이 훌쩍 넘는다. 한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1만 시간의 노력이 필요하다던데 그걸 햇수로 계산하면 약 십 년, 그렇다면 나는 2만 시간이 넘는 세월 동안 글을 써왔다는 얘기다. 그런데 아직도 글 쓰는 일은 어렵다. 글쓰기에 전문가가 되는 일이 가능할까 싶다. 

하지만 겉으로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지 몇몇 사람들은 나를 부러워한다. 특히 ‘작가’라는 꿈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그렇다. 쓴 책이 여러 권이고, 그 책들이 여전히 독자들에게 읽히고 있고, 글쓰기 수업이나 강연도 하고 있어서 얼핏 전문가 포스를 풍기고 있는 모양인데, 나는 주저없이 말할 수 있다. 이제껏 작가로 살면서 행복했던 시간보다 괴로웠던 시간이 더 길었다고. 이 일을 평생 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보다 때려치우고 싶은 적이 더 많았다. 

전업 작가는 글을 써서 먹고살아야 한다. 하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 글만 써서 먹고사는 전업 작가는 흔치 않다. 글쓰기 수업과 강연이 없으면 한 달에 만 원 한 장 벌지 못할 때가 있고, 매년 책을 내고 있지만 점점 더 책은 팔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일을 계속하고 있는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 일을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와 같다. ‘이 나이에 무슨 다른 일을 하겠냐?’라는 것. ‘문학과 책을 너무 사랑해서, 이것 말고는 살아갈 이유가 없어요.’라는 대답을 기대했다면 나가주세요. 아무리 예술이어도 그 일이 생업이 되면 여느 직업 생활과 비슷해진다. 그 일로 먹고살고 있기에 함부로 때려치울 수 없고, 참고 견뎌야 하는 일은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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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간 에세이를 써왔으며 1인출판사 [여름사람]을 운영합니다. 지은 책으로는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아무튼, 여름>, <나의 누수 일지>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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