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소년과 소녀가 나오는 이야기에 끌린다 1

이건해
이건해 · 작가, 일본어번역가. 돈과 일을 구함
2023/03/05
고독한 소년이나 소녀들이 나오는 이야기에 이상할 정도로 끌리는 편이다. 그런 작품 중에 가장 먼저 매료된 것은 아마 신세기 에반게리온이 아닐까 싶다. 이미 너무나 잘 알려져있다시피 에반게리온의 주인공 신지는 정말이지 지독하게 외로운 소년이다. 정체 불명의 거대 괴수 ‘사도’를 막는 기관인 네르프의 수장인 아버지는 오래도록 신지를 버려뒀다가 아주 오랜만에 부르는데, 불러서 한다는 소리가 로봇을 타고 사도와 싸우라는 것이다. 외제차를 주차하라고 해도 겁날 판국에 로봇을 타고 싸우라니 이게 말인가 방구인가……. 아무튼 철저하게 고립된 소년이 아버지에게 인정받고자 무리한 싸움을 해나가고, 그러다가 또래의 파일럿들과 조금씩 친해지고, 모든 게 나아지는 듯하다가 기독교적 메타포 대잔치에 싸이코 드라마가 버무려져 천지가 다 박살이 난다는 얘기가 바로 에반게리온이다.

에반게리온은 큰 틀이 고전적인 특촬물에서 온 것 답게 로봇이 멋지고 기독교적 메타포가 자꾸 의미심장한 느낌을 줘서 어릴 때 크게 매혹되지 않을 수 없었는데, 시간이 지난 뒤에 다시 보니 신지를 비롯해서 모든 캐릭터의 처절한 고독감에 이입하게 되었다. 거의 모두가 사지에서 겁에 질려 있으면서도 인정받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서툰 관계에 휘청인다. 보고 있자면 쓰라리기 짝이 없는데,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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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미스터리를 주로 쓰고 IT기기와 취미에 대한 수필을 정기적으로 올립니다. 하드보일드 미스터리 소설 “심야마장-레드 다이아몬드 살인사건”으로 데뷔. SF호러 단편소설 ‘자애의 빛’으로 제2회 신체강탈자문학 공모전 우수상. 제10회 브런치북 출판공모전 특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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