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은
홈은 · 15년차 집돌이
2022/12/14
저 역시 '결혼했더니'는 아니고요. 연애 후반부에 알게 된 사실입니다. 배우자는 교과서에 나올 법한 표준어를 사용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어린 시절을 경상도에서 보냈기 때문에 경상도 특히 대구 사람들이 갖고 있는 특유의 억양이 간혹 튀어나오곤 합니다. 하지만 배우자는 고등학교까지 전라도에서 생활했음에도 불구하고 사투리는커녕 전라도 사투리 특유의 억양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어린 시절에 관한 대화를 할 때 배우자의 이야기에는 지명이 빠져있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나중에 왜 그랬냐고 말했더니 본인은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더라고요. 결혼을 앞두고 서로의 친구들과 자리를 함께 했을 때 처음으로 배우자의 전라도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기이함을 느꼈습니다. 서울에 거주하는 배우자의 친구들은 모두 배우자처럼 완벽한 표준어를 구사하고 있었습니다. 아직 전라도에 거주하고 있는 친구들은 그러지 않았지만 말입니다. 

일가친척이 거의 대부분 경상도와 경기도에 살고 있는 제 경우와는 많이 달랐어요. 박근혜 탄핵 전까지는 '박정희가 나라를 살렸다.', '불쌍한 박근혜'를 입에 달고 사셨던 제 어머니는 서울에서 가장 오래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완벽한 경상도 사투리를 유지하고 계십니다. 어머니와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할 때는 어머니와 경상도 사투리로 말하다가 갑자기 아이들과는 서울말로 이야기하는 식으로 표준어와 경상도 사투리를 오가며 말하는데요. 한 번도 어머니가 사투리를 고치지 않았는지 생각해본 적이 없었죠. 

텔레비전을 틀었습니다.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유명한 방송인이 사회를 봅니다. 억센 경상도 사투리는 패러디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사회를 보거나 인터뷰를 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다른 채널을 틀면 전라도 사투리가 나옵니다. 조폭이 등장하는 영화입니다. 경상도 사투리는 토크쇼에서 자연스럽게 들을 수 있는데 전라도 사투리는 범죄집단의 레토릭으로 사용됩니다. 영화에서 전라도 말을 쓰는 경찰은 찾아보기 어렵지만 전라도 말을 쓰는 조폭은 찾기 쉬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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