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 세상이 변했다, 이제 시작된 국민들의 사후재가

고요한 · 책 파는 영화애호가
2023/12/06
영화 <서울의 봄> 스틸컷

<서울의 봄>은 폭력적이다. 10.26 박정희 시해 사건을 지나 12.12 군사쿠데타까지 47일 동안 긴박했던 결단들을 탱크처럼 밀어붙인다. 하나회를 통해 쿠데타를 일으키려는 보안사령관 전두광(황정민), 하나회 일당을 막으려는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정우성)의 대립은 무한궤도처럼 이어진다. 달리는 열차에서 뛰어내릴 수 없듯 관객들 또한 그들 중 한 사람의 입장을  선택해야 한다.

전두광은 전두환이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외모와 말투, 절친 노태우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심지어 잠깐 등장하는 부인 이순자의 싱크로율까지 우리가 수많은 콘텐츠에서 봐왔던 악랄한 독재자의 그 모습이다. 외적인 특징뿐 아니라 권력을 향한 탐욕, 하나회를 장악하는 리더십, 쿠데타를 앞둔 불안감, 목적 달성을 위한 무자비함 등 악의 구체성이라고 표현하고 싶을 정도로 전두광의 캐릭터는 생생하게 날뛴다.

반면 이태신은 장태완 장군을 모티브로 다시 태어났다. 이태신은 ‘뼛속까지 군인’이라는 상투적인 표현을 제외하고는 딱히 설명할 게 없는 인물이다. 그가 평소에 뭘 좋아하는지, 쉴 때는 무엇을 하는지, 사적으로 만나는 동료들은 있는지 알 수 있는 근거는 많지 않다. 집에 잘 들어가지 못하지만, 아내와의 관계가 나쁘지 않다는 정도. 좋게 말해 우직하고 나쁘게 말하자면 평면적이다. 이후 벌어질 일들을 떠나 여러모로 입체적인 전두광과 대척점에 있다.

영화 <서울의 봄> 스틸컷

■ 캐릭터에 대한 편견에 반기를 들다

두 인물의 대비를 통해 <서울의 봄>은 오래된 편견 한 가지에 반기를 든다. 관객은 입체적인 인물에게 이입한다는 편견이다. 편견대로라면 관객은 뻣뻣하고 어딘가 사람 같지 않은 이태신이 아니라 결점도 많지만 인간적인 전두광의 편에 서야한다. 하지만 영화가 끝난 뒤, 실제 역사를 떠나 전두광이 이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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