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망생일지] 불안이 나를 먹어버릴 때 - 불행마저도 쓴다
2024/04/01
2022년 이후, 책을 출간하지 못했다. 드라마 쓰느라고 시간이 없었다, 발목이 묶였다, 이런 말을 하는 것도 부끄럽다. 그렇다고 딱히 게을렀다고 치부할 수도 없다. 가끔은 남들은 다들 앞으로, 앞으로 죽죽 치고 나가는데 나만 종종대며 제자리 걸음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정말 얼마나 불안한 지 모른다. 오늘 아침이 그랬다. 게다가 이제 내일부터 매일 매일 아이 데리고 운동하러 다녀야 한다는 압박감에 멘탈이 지구 내핵까지 가라앉았다.
아침에 일어나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난 뒤, 앉아서 정신을 잡아보려고 했지만, 오늘은 유독 쉽지 않았다. 게다가 무슨 sns에서는 그렇게 뻑쩍지근하고 성대한 북콘서트 소식들만 들리는지, 원... 드라마는 방향은 좀 제대로 잡힌 것 같은데, 진전은 더디고...
목적을 예정대로 제 시간에 달성하는 힘, 그것이 운이라고 했다. 지금은 내 운의 기운은 힘차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들야들한 아기 봄쑥 같이 부들부들, 보숭보숭... 얼른 힘차게 자라라. 운빨아!
나의 하루 일과는 대략, 7시~7시 30분 정도에 일어나서 샤워하고, 집안 정리를 시작한다. 그러면 아이가 일어난다. 8시 20분 정도 학교에 보내고 나면 나머지 미처 끝내지 못한 일들을 잽싸게 마친다. 아무리 그래도 책상에 제대로 앉는 시간은 오전 9시는 훨씬 넘길 날이 많다.
그렇다고 노트북 앞에서 내내 긴 시간 앉아서 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중간에 세탁소도 가야 하지, 은행 업무도 봐야 하지, 밀린 공과금도 내야 하지, 물 떨어지면 물 사야지, 휴지 떨어지면 휴지 사야지, 집 어딘가 고장이 났다면 사람 불러서 기다려야지... 내가 하루 세 끼 꼬박 아이들 밥 해먹이는 그런 성실한 엄마는 못 되지만, 그래도 입에 풀칠할 것들은 준비는 해놓아야 하지 않나. 나도 어려서 엄마에게 '탄수화물을 달라!' 하면서 익살스럽게 뒹굴었던 웃긴 기억이 난다. 이런 것들이 글로 쓰면 그냥 후딱 해버리면 되는 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