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라랏짜짜짜 – 들고양이 임종임님의 명복을 빌며 .

김형민
김형민 인증된 계정 · 역사 이야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
2023/08/30
짜라랏짜짜짜 – 들고양이 임종임님의 명복을 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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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을 입에 댄 후 오래도록 술을 끊었던(?) 건 신병 훈련소 기간과 코로나 비상 시국에 딸아이 수능이 겹쳤던 때 정도가 아닌가 싶다. 훈련소 시절은 별로 모르고 지나갔지만 딸 수능 이전 한 스무날 동안 “지금 코로나 걸리면 평생 웬수된다.”는 아내의 협박에 굴복하여 회사에서 칼같이 집에 들어갔을 때 기분은 참 묘했다.  아 이게  ‘심심한 천국’이라는 선진국식 라이프 스타일이구나 싶긴 했지만 진실로 좀이 쑤시고 목구멍이 간질간질하다 온몸이 근질거려 왔다.. 오죽하면 웬만하면 하지 않는 맥주 한 캔 혼술을 자행하다가 마누라한테 걸려 지청구를 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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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대로 매일같이 술을 먹던, 밤새 먹고 해장술 먹고 또 먹고 하던, 이태백 저리 가라 주선(酒仙) 놀음을 하던 때라면 단연 4학년 1학기 이후 취직 공부한답시고 도서관 찾는 와중이었을 것 같다. 1년 백수 시절을 용인하시던 부모님께는 죄송한 일이었지만, 그 시절 PC통신이다 뭐다 해서 ‘백수 과로사’할만큼 약속도 많고 술자리는 끝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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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중의 어느 날, 서울대학교 앞 술집 태백산맥으로 기억되는 곳에서 신나게 술을 펐다.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곳이었고, 적당히 손님들 빠진 뒤에는 고래고래 합창을 해도 큰 탈이 없는 곳이었다. 민중가요 대중가요 다 불러제끼는 가운데 한때 유행했던 노가바 가사도 나왔다. 깜찍한(?) 동요를 끔찍하게(?) 만든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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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울 일은 너무 많은데 마스크는 너무 적어서......


“어젯밤에 우리 아빠가 다정하신 모습으로
  한 손에는 마스크를 사 가지고 오셨어요 오오오
  싸울 일은 너무 많은데 마스크는 너무 적어서
  눈물 콧물 흘리고 나니 잡혀가고 말았어요 오오
  밤새 캠퍼스엔 페퍼포그 지랄탄이 춤을 추었고
  크레파쇼 전경들은 최루탄을 쏘고 놀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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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래를 깔깔대고 부르는데 옆자리에서 우렁찬 박수와 박장대소가 들려왔다. 그리고 나오는 소리 “여기 크레파쇼 전경 있어요 와와...
김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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