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그말리온 ㅣ 발 연기의 재발견

악담
악담 · 악담은 덕담이다.
2023/08/28

 
이미지 출처 : 인터넷 서점 알라딘 제공

호러와 고어를 포함한 B급 영화를 좋아하는 내가 뮤지컬 영화도 좋아한다고 고백하면 다들 의아한 표정을 짓곤 한다. 내가 아크로바틱한 슬랩스틱 코미디와 뮤지컬을 좋아하는 데에는 영화의 속성에 가장 충실한 장르이기 때문이다.
​슬랩스틱과 뮤지컬 영화가 자막 없이도 내러티브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는 이유는 비언어적 표현에 속하는 배우의 몸짓이 언어를 대체한다는 데 있다. 특히, 뮤지컬 영화에서 배우의 동선은 내러티브와 심리 상태를 훌륭하게 재현한다. 그렇다, 뮤지컬 장르는 당신에게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 준다. 뮤지컬 배우의 발걸음만 놓고 봐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기분 좋을 때 걷는 발걸음, 슬플 때 걷는 발걸음, 화가 날 때 걷는 발걸음은 물론이고 발소리의 강약과 걸음 폭도 제각각 다르다. 스릴러 장르가 클로즈업된 얼굴'에 바치는 오마주라면 뮤지컬은 발끝의 소리와 형태에 바치는 오마주다.
좋은 뮤지컬 영화와 배우는 보다 다양한 발걸음과 발소리를 선보인다. 나는 바닥을 보는 재미 때문에 뮤지컬을 본다. 지금까지 수많은 배우의 발 재주를 보았지만 가장 탁월한 발 연기한 배우는 진 켈리와 도널드 오코너였다. 그들은 감정에 따라 제각각 다른 스탭을 보여준다. 그들은 폴짝과 팔짝의 섬세한 차이를 탁월하게 연기했을 뿐만 아니라 촐싹의 느낌도 재현할 수 아는 예술가였다. 니체도 발소리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그는 <<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 정직한 사람이라면 걸어갈 때 발소리가 나는 법이다. 그러나 고양이는 대지 위를 살금살금 돌아다닌다. 보라, 달이 고양이처럼 다가온다. 정직하지 못하게. "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나는 바닥을 보는 재미로 뮤지컬은 본다. 조지 쿠커 감독이 연출한 << 마이 페어 레이디,  My Fair Lady, 1964>> 는 황홀한 바닥을 보여주는 뮤지컬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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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호 하드보일드 센티멘털리티 악담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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