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웨일》 관람 후,記 ─ Call me by your name..

사각공간(思覺空間)
사각공간(思覺空間) 인증된 계정 · 동네서점 사각공간(思覺空間)
2023/03/04
Call me Ishmael.
_Herman Melville, 『Moby-Dick』

내 이름 찰리. 아니 이슈마엘이라 일러도 좋겠지. 아무렴 어때. 무슨 상관이겠어..

사람의 아들로 나서 세계의 실패를 구성하는데 일조, 돌아보니 그래. 나름의 행적이라고 돌이켜 살피니, 낙제 수준. 물론 모두 이렇다 할 성과를 내어야 한다든지, 또 그를 업적으로 남겨야만 하는 것도 아니야. 그래 아니지, 아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실격인 것만 같아. 게다가 이 느낌 아주 비워내기도 어렵고. 아니 지우려 들면 들수록 도리어 뚜렷해진달까? 한층 더 선명하게 부각되니 환장할 노릇. 한편 그와 동시에, 속에선 형언 곤란한 갖가지 감정 등이 치밀어 마침내 울컥. 한심하지? 나도 그래. 사실 이조차 그저, 자신이 벌이는 짓으로 단지 스스로 재단하는 데서 비롯하는 것인데.

─────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저는 인간의 삶이라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_다자이 오사무, 『인간 실격』, 민음사

내 이름 찰리. 하긴 이슈마엘이면 어때. 아무래도 좋아.

내가 곧 패배자요, 낙오의 아이콘으로 보잘것없는 나날의 연속을 마치 탕자의 방황인 양 자위했지.
어느 한때, 그럭저런 괜찮은 사람으로 자리하여 잘 꾸리며 살 거란 기대를 막연하게나마 품던 것처럼.
그러나 어쩌겠어. 이미 지나온 걸. 나라고 이리 될 줄 알았나 뭐. 쉽지 않더군..
아니 근본적으로 나는, 인간으로 꾸리는 삶에 대한 이해가 전무한 게 아닐까.
살아보니 마음처럼 되진 않더라고. 아니 당초 무상(無常)으로 변덕 일쑤였지, 이 마음.
그냥 그렇다는 거야. 변명하자는 건 아니고. 핑계? 전혀! 누굴 탓하겠어. 그럴 수 없지..
맞아, 정말이지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더군. 결국 선택의 중심에 섰던 자신외면하긴 곤란하지.
부정할 수 없는 사실, 그래 결국 나로 인한 그러니까 내게서 비롯한 일들로 다른 누구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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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면각체'를 쌓아 올리는 '건축'을 '무한'으로 거듭하는, 사각(四角)의 '광장' 사회, 그 속에서 저마다 자기 내면에 정주할 곳을 우선하여 가꾸도록 돕는 말·글. 이를 조력하는 동네서점. 생각[思]에서 깨달음[覺]에 이르는 여정을 돕는 책 그리고 사람이 함께 하는 공간, 사각공간(思覺空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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