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인
박희인 · Ludology
2024/04/19
문명 5의 인게임 모습. Carl's Civ 5 Guide. https://www.carlsguides.com/strategy/civilization5/citygrowth.php
인터액티브 아트에 대한 기억과 함께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어두운 방에서 백색광이 벽을 타고 퍼져나갈 때까지 <시드 마이어의 문명 5>를 하는 기억이다. 이때를 생각하면 룸메이트에게 미안하기만 하다.

시드 마이어가 시작한 프랜차이즈 <문명>에서, 플레이어는 농업 혁명이 일어난 고대부터 우주선을 발사하는 현대까지 문명의 역사를 책임진다. 다각형 타일을 이어 붙여 생성한 가상의 지구에서 플레이어는 문명을 발전시켜 나간다. 승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세계 정복을 비롯하여, 문화적, 과학적, 외교적, 종교적 위업 중 하나를 성취해야 한다. 지구마다 달라지는 지리와 외교 관계를 고려해 가며 최적의 방법으로 도달할 수 있는 승리 목표를 골라 이뤄내면 된다.

문명은 게임을 이루는 층위에 관해 설명하기에 좋은 예시이다. 게임의 층위로는 플레이어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최적화하는 전략의 층위, 그리고 게임 요소를 문화 속의 모티프와 대응시키는 표현의 층위가 있다. 위에 쌓인 두 표층은 플레이어가 게임을 몰입하도록 이끈다. 플레이어는 게임을 이기기 위해 전략을 수립하고 개선하는 등 끊임없이 열의를 쏟는다. 그러면서 마치 독자가 중세 판타지 소설의 모험 서사를 즐기는 것처럼 게임이 채택한 모티프를 향유한다.

두 표층의 기저에는 숫자와 논리로 이뤄진 형식적인 게임 체제(Game System)가 있다. 문명에서 사용하는 전투력, 금, 문화, 과학, 위인 점수 등 다양한 수치가 이 기저 게임 체제(Underlying Game System)의 요소로 활용된다. 마치 차분기관의 톱니바퀴처럼 서로 맞물린 숫자들은 ‘문명’이라는 게임을 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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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은 역사적인 제국을 모티프로 활용한다. 가령, 문명 5 프랑스는 19세기 유럽을 제패한 나폴레옹 시대 프랑스 제국을 강하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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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연구합니다. 뉴 미디어 이론에서부터 형식적 게임 표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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