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안에서

빅맥쎄트
빅맥쎄트 · 대부분의 사람은 마음먹은만큼 행복하다
2024/01/03
위기는 늘 예고 없이 찾아온다. 저마다의 인생이 힘듦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한 치 앞의 미래도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우리네 삶이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남들이 쉬는 크리스마스 연휴 내내 일을 했다. 입사 후 한결같은 크리스마스를 보냈기에 이런 상황이 딱히 낯설지는 않았다. 추운 날씨와 위축된 경기로 인해 역대급으로 힘든 크리스마스였지만, 끝이 보이지 않던 12월도 어느덧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던 중이었다.
'점검 중'이라는 문구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갇혀버렸다. ⓒ빅맥쎄트

"덜컹!"

12층에 있는 사무실로 올라가던 중이었다. 덜컹이라니. 40 평생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이런 사운드를 경험한 적이 있었던가. 뭔가 잘못됐음을 직감한 내 시선은 엘리베이터 상단 표시부를 향했다. 

엘리베이터는 '점검 중'이라는 문구와 함께 5층에 멈춰 섰다. 마치 처음부터 그곳에 머물러 있었던 것처럼. 여전히 해야 할 일들이 남아있었다. 연휴 내내 일을 하는 것도 서러운데 갑작스러운 엘리베이터의 고장으로 짜증이 확 솟구쳤다. '왜 하필 나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수히 많은 엘리베이터가 있을 텐데 때마침 내가 탄 엘리베이터가 고장이 났다는 현실에 헛웃음이 나왔다. 

TV에서만 보던 일을 실제로 겪으니 당황스러웠다. 119에 전화를 해야 할지, 외부에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 것인지, 사무실에 있을 팀장에게 전화를 하는 게 나을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정신을 가다듬고 평소 엘리베이터를 타며 눈여겨보던 노란색 버튼을 주시했다. 위급상황에서만 누르라던 이 버튼을 실제로 눌러야 하는 순간이 오다니. '휴일이라 아무런 응답이 없으면 어떡하지'라는 초조함을 마음 한 편에 둔 채 버튼을 눌렀다.

"기다리세요.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곧이어 누군가의 음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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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과 여호와를 경외함의 보응은 재물과 영광과 생명이니라 잠 22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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