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편지38] 어머니의 자연산책

조은미
조은미 인증된 계정 · 읽고 쓰는 사람. 한강조합 공동대표
2023/11/29
나는 이제 너에게도 슬픔을 주겠다
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주겠다
겨울밤 거리에서 귤 몇 개 놓고
살아온 추위와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
귤값을 깎으면서 기뻐하던 너를 위하여
나는 슬픔의 평등한 얼굴을 보여주겠다
(정호승 ‘슬픔이 기쁨에게’ 부분 인용)
(막내아들과 산책하다가 쉬고 있는 우리 어머니)
가을의 막바지에 이른 오늘은 몹시 춥습니다. 종일 영하의 기온을 오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미 겨울이 시작된 것 같아요. 두툼한 옷으로 잘 껴입고 따뜻하게 다니시기 바랍니다. 

꽤 추운 날씨임에도 샛강숲에는 여전히 맨발로 걷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어떤 분들은 맨발걷기 효능이 부풀려졌다거나 과학적으로 맞지 않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뭐가 맞다 확언할 수는 없지만, 저는 맨발걷기를 하는 많은 분들이 절실하기 때문에 한다고 생각해요. 잃어버린 건강을 되찾기 위한 절실함으로 얼어가는 땅 위조차 걷는 것이지요. 

그나마 샛강숲은 윤중로 제방 아래 낮은 땅에 있어 아늑합니다. 겨울에 자연산책이 필요하시다면 이곳 샛강숲으로 나오시면 좋을 것 같아요. 

며칠 전 일요일에 하루 남짓한 일정으로 제주도를 다녀왔습니다. 나날이 노쇠해지시는 어머니를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어 잠깐 짬을 내어 내려갔습니다. 이렇게 말을 하면 다정다감한 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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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생태를 가꾸고 강문화를 만들어가는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에서 일합니다. 읽고 쓰는 삶을 살며, 2011년부터 북클럽 문학의숲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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