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녀에서 루이15세의 여자가 된 여인... 끝은 잔혹했다

김성호
김성호 인증된 계정 · 좋은 사람 되기
2024/05/13
아이들은 저를 중심으로 온 세상이 돌아간다고 믿는다. 부모며 형제, 온갖 물건들이 제 생각처럼 움직이지 않는단 걸, 또 그와 저 자신이 이어지지 않은 별개의 존재란 걸 아이들이 차츰 배워나간다. 그 과정에 수많은 좌절과 울음이 따르는 건 당연한 일, 그것이 멈추는 날 우리는 성장 또한 멈추었다고 말한다.
 
성장이 멈추었다 해서 모두 성숙한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때로는 그보다 많은 이들이 저를 중심으로 사고하는 버릇을 고치지 못한다. 오로지 남들보다 뛰어난 지성과 겸손한 성품을 가진 이만이 역지사지의 자세를, 내가 아닌 남의 입장에서 사고하는 방법을 조금씩 익혀나갈 뿐이다.
 
일상에서도 그러할진대 시대를 건너 역사를 바라보면 실패는 훨씬 두드러진다. 오늘의 잣대로 어제를, 이곳의 시각으로 저곳을 재단하는 일이 세상엔 너무나 많이 벌어지는 것이다. 징기스칸이며 알렉산더, 나폴레옹 같은 이들이 살인광에 불과한 취급을 받는다거나 카이사르를 독재자로, 공자를 남성우월주의자 쯤으로 여기는 태도가 그와 같다.
 
▲ 잔 뒤 바리 포스터 ⓒ 태양미디어그룹

잔 뒤 바리가 입은 순백의 드레스

웨딩드레스를 생각해보자. 오늘날 한국인은 순백의 드레스를 우아하고 고결하다 여기며 결혼식의 상징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과연 몇 세기 전 유럽, 문명의 중심이라 자부하던 프랑스 파리 베르사유 궁전에선 어떠했을까. 새하얀 옷이란 외투 안에나 입는 속옷으로 치부되고 감히 그를 바깥으로 꺼내어 입으면 천박하다는 소리를 들었을 테다. 아닌 게 아니라 18세기 중엽 베르사유 궁전에서 실제 있었던 이야기라 전해지는데, 이를 담아낸 영화 한 편이 한국에 개봉했다.

드레스를 입은 건 훗날 잔 뒤 바리로 알려지는 잔느 보베르니에다. 평민, 즉 가난한 재봉사의 아이로 태어나 귀족들을 대상으로 한 창녀로 지내다가 마침내 루이 15세의 정부가 되었던 여인 잔 뒤 바리의 일대기 <잔 뒤 바리>가 한 편의 작품으로 만들어졌다. 미국 사회를 들끓게 한 엠버 허드와의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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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서평가, 작가, 전직 기자, 3급 항해사. 저널리즘 에세이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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