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한 판타지의 욕망과 미덕

강부원
강부원 인증된 계정 · 잡식성 인문학자
2023/10/12
일본 '아사히그라프' 1935년 1월1일자 실린 최승희의 도약 무용 연습 사진.

정직한 판타지의 욕망과 미덕 - 김선우, 『나는 춤이다』
      
시인 김선우의 장편소설 『나는 춤이다』는 전설적인 무용수 최승희의 삶을 다루고 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최승희는 일제 식민지 시대와 남북 분단의 질곡을 관통하며 화려한 삶과 남루한 삶을 수없이 교차하며 반복한 무용 예술가이다. 그녀는 가난한 환경에서 조선 최고의 무용수, 혹은 동양 최고의 무용 예술가로 수직 상승하는 모던 여성이자 늘 수직 하강의 위험을 품고 살아가야 하는 정치적 감시 대상 혹은 대중들의 욕망을 끊임없이 충족시켜 줘야 하는 시선과 응시의 대상이었다.
김선우, 『나는 춤이다』, 실천문학사, 2008.

더해 남북 분단 이후에도 남한과 북한의 정치적 알력에 의해 그녀의 거취는 늘 불안했으며 안온한 삶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런 까닭에 그녀는 자동적으로 개인이 아닌 조선 피식민의 삶을 대표하는 여성 혹은 조선 민중이었으며 해방 이후까지 시간을 뛰어 넘어 늘 소비되는 상품이었다.

그녀의 삶에 유난히 정치적 덧칠이 많이 가해지는 까닭은 권력 혹은 국가가 예술을 통해 정치를 전유하려는 끊임없는 욕망이 투사된 결과이다. 소설 속에도 잘 드러나 있듯 최승희는 일평생 위태로운 삶을 살았다. ‘최초’라는 수식어를 부여받는 인간이 겪어야 하는 고통 이상으로 그녀의 삶은 온전히 자신의 것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춤에 대한 순수하고 열정적인 예술가의 욕망과 제국을 넘어서려는 식민지 조선의 욕망, 그녀를 온전히 품고 제국의 정치적 꼭두각시로 세우려는 제국의 욕망 등등. 하지만 그녀는 수많은 겹으로 이루어진 다층적이고도 거부할 수 없는 욕망의 감옥에서도 자신의 춤을 늘 발전시켰고 그 한계를 넘어서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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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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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신문과 오래된 잡지 읽기를 즐기며, 책과 영상을 가리지 않는 잡식성 인문학자입니다.학교와 광장을 구분하지 않고 학생들과 시민들을 만나오고 있습니다. 머리와 몸이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연구자이자 활동가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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