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없는 친구를 기리며

김형민
김형민 인증된 계정 · 역사 이야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
2023/08/19
지금은 없는 친구를 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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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쪽같은 휴가라는 표현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물론 지난 해도 그랬고 그 지난 해도 그랬으리라. 하지만 인간의 건망증은 좋은 쪽에도 적용되는 법이다. 그저 올해의 휴가가 가장 아쉽게 기억될 뿐이다. 오늘이 휴가의 마지막 날이다. 그래서 한숨을 푹푹 쉬고 있으니 아내가 그래도 토요일 일요일이 있지 않냐며 위로하는데 그만 버럭하고 만다. “그건 그냥 쉬는 날이고!” 물론 이랬다가 따블로 응징을 받고 꼬리를 내려야 했지만 말이다. “그렇게 회사 가기 싫으면 때려치우든가. 그것도 못하면서 쓸데없이 큰소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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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휴가는 그래도 알찼다. 여기 저기 다녔고 대한민국 9도 가운데 7개 도를 누볐으니 내 사주팔자에 그득하다는 역맛살도 충족했다. 그 하나의 일정이 지리산 친구 집 방문이었다. 전북 남원시 산내면에 있는 친구의 집은 10년 전 세상을 떠난 옛 친구의 집이기도 하다. 둘은 부부였다. 10년 전 남편을 여읜 아내가 10주기를 맞아 이제는 마지막 제사를 지내겠다며 함께 할 사람은 참여하라는 통보가 페이스북에 올라왔던 것이다.

고 한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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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부는 우리 부부와도 인연이 깊다. 지금은 추억의 이름이 된 하이텔 채팅방이 온갖 헌팅과 유혹의 방제로 그득한 가운데 “우리의 노래가 이 그늘진 땅에”라는 색다른 채팅방이 올라왔고 그 이름에 끌려 대화방에 들어왔다가 금세 고정 벰버가 됐던 것이다. 그 대화방에서 나와 아내가 인연이 됐고 친구 부부가 연분을 맺었다. 그 인연들이 무르익기도 전, 그냥 있는 불알 없는 불알 가리지 않고 친구처럼 뒤엉키던 무렵, 오늘날 남편의 10주기를 알린 그 친구가 귓속말을 걸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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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민아. 나 탱크족인 거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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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크족이라는 말을 지금도 쓰는지는 모르겠다. 그련데 당시에는 장애인으로서 휠체어를 끌고 다니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단어로 쓰였다. 그녀는 교통사고로 장애를 입은 탱크족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진실로 탱크였다. 천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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