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한 줌 햇살

적적(笛跡)
적적(笛跡) · 피리흔적
2024/06/12
아직 집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모란은 창가에 바짝 다가서서 태양을 끌어오는 제사장처럼 밖을 내다보고 있습니다. 서큘레이터 타이머를 맞추고 어젯밤엔 침대에 틀어놓은 선풍기 타이머를 리모컨으로 맞춘 뒤 책을 보다가 스르르 잠이 들었습니다. 바람이 점점 나른해지더니 몸은 물 위쪽에 둥둥 떠다닙니다. 
   
그리고 바람이 멈추고 한참이나 지나서 물속에 빠질뻔하더니 손을 휘저으며 깹니다. 선풍기의 타이머가 멈추고 바람이 끊겨버립니다. 옆에 두고 잤던 리모컨을 더듬거리며 찾습니다. 드디어 감은 눈을 뜨고 사라진 리모컨을 찾고 있습니다. 
   
모란이 무언가 몰고 다닙니다. 벽에 부딪히는 소리 무언가 안고 뒹굴고 깨물고 냄새를 맡는 소리 불을 켜고 계단을 내려가는 동안 잠이 깨지 않도록 최대한 눈을 뜨고 정신을 흐릿하게 한 뒤 모란에게로 다가갑니다. 
   
처음 보는 물건인데다 적당한 무게감도 느껴져 몰고 다니기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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