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후 대한민국 (2) - 21세기의 갈라파고스

미드솜마르
미드솜마르 · 사회의 지속가능성에 관심이 있습니다.
2022/04/13
* 우리나라는 탄소감축을 위해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지만, 세계는 탄소중립에 성공한 시나리오입니다.
* 아무도 탄소감축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아 탄소중립의 목표가 실패로 돌아갔을 때의 시나리오를 담은 1편도 있습니다.

2050년 봄, 집에서 잠이 깼다. 오늘은 올해의 모내기를 시작할 때이다. 외양간에서 거름으로 쓸 소의 똥을 푸고 소를 꺼내 쟁기를 씌운다. 올해도 잘 부탁한다.

  지금부터 약 30년 전, 한국은 파리협정을 탈퇴했다. 미국의 대통령 트럼프도 탈퇴를 시도했었다는데, 끝내 탈퇴까지 간 것은 한국이 처음이었다. 국제사회에서 ”기후악당”과 같이 많은 비난을 받았지만 애초부터 강제력이 없었던 협정이었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에 이목이 집중되었기 때문에 국제사회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 이후 몇 년 동안 한국경제는 그야말로 부흥기를 맞았다. 불꽃은 꺼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힘차게 타오른다고 했던가? 신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이용해서 만든 해외 제품은, 값싼 석탄과 원전에서 나온 전기를 이용해서 만든 국산 제품에 비해 가격 경쟁력에서 승부가 되지 않았다. 다른 나라가 ”지속 가능한 발전”을 부르짖으며 탄소감축에 노력할 때 우리는 그야말로 경제성장 외길만 바라보았다. 마치 오늘만 살고 내일은 없는 사람들처럼.

어느 날 유럽연합이 탄소국경조정을 도입한다고 했다. 머리 속에서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유럽인들이 탄소에 가격을 매긴다는 괴상한 발상을 한 것이다. 다른 나라는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고 재생에너지에 투자하며 제품의 탄소 함유량을 낮췄지만, 우리는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았었기 때문에 상당한 금액을 국경조정금으로 내야만 했다. 우리 제품의 가격은 매우 저렴했지만 국경조정금을 내고 나면 별로 차이가 없었다. 가격 차이가 거의 없으니 ”친환경적인 유럽연합 역내 제품을 애용하자”라는 캠페인을 이겨낼 도리가 없었다. 철강, 시멘트, 비료 등 탄소국경조정 대상 품목에서 차츰차츰 우리의 시장점유율은 낮아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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