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욱 · 시, 동화, 소설 및 평전을 씁니다.
2023/02/03
   
   
박선욱
   
   
어머니는 오늘
노천시장에 나가 쑥을 파셨다
서울에서 실직해 돌아온 나에게
용돈을 마련해 주시겠다며
눈물 한 웅큼을 떼어 파셨다
지난해 봄 늘그막의 당신이
앞산에서 캐어다가 정성껏
햇볕에 말린 쑥 한 바구니
직장 때문에 바쁜 아들이
행여 휴가를 얻어 집에 오면
쑥국이라도 끓여 줄까 맛있는
반찬이라도 만들어줄까
보따리에 소중히 넣어둔 쑥을
가끔씩 어루만지며
흰 머리 주름살로 남몰래 기다리셨다는
어머니
오늘은
실직하여 돌아온 나에게
용돈이나 마련해 주시겠다며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나가
학동 굴다리 노천시장에서
천 원짜리 지폐 석 장을 받은
아아 어머님의 쑥
   
   
   
♣ 詩作노트
   
사람은 누구나 고향을 간직하고 있다. 그곳은 들판과 강물이 어우러져 있는 곳이기도 하고 산과 바다가 한 화폭 안에서 만나 웅장한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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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실천문학》 으로 등단. 시집 《회색빛 베어지다》 《눈물의 깊이》 《풍찬노숙》, 인물이야기 《윤이상》 《김득신》 《백석》 《백동수》 《황병기》 《나는 윤이상이다》 《나는 강감찬이다》 등. 《윤이상 평전: 거장의 귀환》으로 제3회 롯데출판문화대상 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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