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년이 지나 쓰는 여행기1_티벳으로 가는 길

박순우(박현안)
박순우(박현안) · 쓰는 사람
2022/04/26
칭짱열차를 선택한 건 차마고도가 공사중이었기 때문이었다. 다큐 차마고도를 너무 인상깊게 봤던지라 꼭 걸어서 그 길을 밟고 싶었는데 현실은 예상대로 흘러가는 법이 없었다. 중국의 다른 여행지와 다르게 비행기를 선택하지 않고 기차를 택한 건 칭짱열차가 나름 고급열차였기 때문이었다. 중국을 여행한다고 하면 으레 듣게 되는 말이 야간기차를 타면 장기를 빼간다는 너무나 공포스런 이야기들이었다. 그에 비해 칭짱열차는 고급열차에 속했고 값도 꽤 나갔으며 안락했다. 비행기를 타고 갑자기 고도가 높은 곳에 도착하는 것보다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고도를 높여가는 열차를 타고 가는 게 몸에 무리가 덜 간다는 이야기도 들은 터였다. 두 개의 벙커침대가 놓인 칸에 짐을 풀고 꼬박 36시간을 달렸다.

자다 일어나다를 반복했다. 밀폐된 기차라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은지 잠이 잘 왔다. 잠이 안 오면 창밖으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기차는 하루 반 나절에 걸쳐 서서히 고도를 높여갔다. 창밖에는 끝없는 초원이 펼쳐져 있었다. 간혹 풀을 뜯어먹는 야크가 보였다. 사람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초원이 지겨울 무렵부터는 일년 내내 녹지 않는다는 동토가 시작됐다. 언 땅. 여백이 가득한 지구 위를 마냥 달리고 또 달렸다. 지구인 것도 같고 지구가 아닌 것도 같은 풍경 속을 내달리면서 이 열차도 그리고 그 열차에 몸을 실은 나조차도 현실로 느껴지지 않았다.

몽롱함에 빠져 하루쯤 흘려보낸 뒤 가방을 열어보니 질소 포장된 물건들이 죄다 빵빵하게 부풀어 있었다. 같은 칸에 탑승한 중국 여인이 이따금 말을 걸어왔다. 딸 덕분에 티벳 여행을 가게돼 무척 즐겁다는 말을 반복했다. 티벳의 독립을 바라는 사람들과 그런 티벳을 중국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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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씁니다. 『아직도 글쓰기를 망설이는 당신에게』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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