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플라워킬링문>과 존 로크 <통치론> - 근면함과 사유재산의 문제에 대하여
2023/12/23
칼럼을 쓰느라 이제는 영화관에서 내려간 <플라워킬링문>을 무려 3시간 30분에 걸쳐 봤다. 영화를 보기 전에 이미 두 권의 책, <통치론>의 후마니타스 새번역은 불과 한 달도 안되어 나온 신간이고 다른 한 권은 영화 원작이라 보았는데, 두 책을 겹쳐 보면 더욱 두드러지는 지점이 영화에서도 꽤 중점적으로 부각되어 흥미로웠다.
<플라워문>과 이를 원작으로 삼은 영화 <플라워킬링문>(사실 영어 원제는 같다)은 크게 보면 아메리카 원주민과 미국 백인들간의 사실 일방적이었던 갈등을 다루고 있으며, 그 시작은 다름 아닌 로크 당대에 이미 시작되었다. 역자에 따르면 로크가 당시 식민지 개척을 옹호하는 제국주의적 사상가로 바라보는 해석도 한 계열로 있다고 한다. 그러나 로크 자신이 제국주의적 침략의 첨병에 서있었다기보다는, 그가 극복하지 못했던 빈곤한 인류학적 상상력의 결과가 여기까지 왔다고 보는 게 더 맞는 서술이 아닌가 싶다. 그러니까 <통치론>은 무시무시하다기보단 좀 우스워진 책이 된 셈이다. 로크는 인디언들에게도 사유재산을 인정한다. 그가 내놓는 신학적 원리상 그들이 들판에서 사냥해 자연으로부터 떼어낸 그 사슴고기는 그들의 근면한 노동의 산물이므로 사유재산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로크는 왜 애초에 그들이 더 근면하게 그들의 토지를 개간함으로써 토지 자체를 사유재산으로 삼아 거기서 곧 썩어없어질 사슴고기보다 훨씬 더 쌓아놓고 먹을 수 있는 곡물을 생산하지 않는지, 그게 궁금했던 것 같다. 신이 인간에게 자연을 선물로 주고 풍요를 명령했을 때, 예수가 말했던 것처럼(마태오 25장 14-30절) 그걸 고이 묻어놓고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풍요를 만들 수 있도록 더 근면하게 일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