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 속 문장 3 - 토벤 얀손, 『여름의 책』 중에서

천세진
천세진 인증된 계정 · 문화비평가, 시인
2023/08/09
유령의 숲 안쪽 공간은 질서 있고 아름다운 공원으로 바뀌어갔다. 땅이 봄비에 젖었을 때 식구들은 아주 자그마한 나뭇가지까지도 다 치워 버리고, 섬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으로, 그리고 모래사장으로 갈 때는 작은 오솔길들로만 다녔다. 이끼를 밟고 다니는 건 농부들하고 관광객밖에 없다. 그 사람들은 이끼가 세상에서 가장 예민하다는 점을 모르니까. 이 말은 하고 또 해도 부족하다. 한 번 밟힌 이끼는 비가 오면 다시 일어난다. 두 번 밟히면 일어나지 못한다. 세 번 밟히면 죽는다. 솜털오리도 마찬가지다. 둥지에 있는 오리를 세 번 놀래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7월에는 이끼 사이에서 길고 가는 풀이 자라 이끼를 꾸민다. 이것들은 마치 육지의 풀밭처럼 땅에서 똑같은 높이로 피어올라 나란히 바람에 흔들린다. 그럴 때면 눈에 보일까 말까 한 따뜻한 베일이 섬을 덮었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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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순간의 젤리>(2017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 <풍경도둑>(2020 아르코 문학나눔도서 선정), 장편소설<이야기꾼 미로>, 문화비평서<어제를 표절했다-스타일 탄생의 비밀>, 광주가톨릭평화방송 <천세진 시인의 인문학 산책>, 일간지 칼럼 필진(2006∼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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