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직 암에 대해 모르는 것이 더 많다

김형찬
2023/08/04
인간관계가 넓지 않은 편인데다가 잘 챙기지도 못하는 성격이지만, 가끔 못만나던 친구를 만나고, 멀리 있는 친구에게 안부문자를 보내기도 한다. 살아온 시간이 있는 탓에 탈 없이 지낸다고 하면 안심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 친구의 아버지는 암 진단을 받았고, 다른 친구의 아버지는 암이 재발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몇 달 전에는 췌장암 진단을 받고 1년간 투병했던 친구 어머니의 조문을 다녀왔었다. 서로 공유한 추억의 양 때문일까. 20년이 넘게 알고 지낸 친구들의 소식은 진료실에서 만나는 환자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이 83세의 기대여명까지 살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이 35.5%라고 한다. 10명 중에 3~4명은 걸리는 셈이다. 늙어 죽을 때까지 가족이나 친한 친구 중에 암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없다면 매우 운이 좋고, 그것만으로도 행복의 확률이 조금은 커질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암 발생의 증가는 오래 살게 된 시대의 어두운 단면 중 하나다.

아마 나도 그렇겠지만, 암 진단을 받으면 일단 멘붕에 빠진다. 흔한 질병이고 생존율 또한 높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암은 곧 죽음이라는 강력한 주문에 걸리기 때문이다. 한 연구 자료에 따르면 진단을 받는 순간 남은 생명 에너지의 절반 정도가 소진된다고 하니, 진단만으로도 엄청난 손상을 입는 셈이다. 
   
그래서일까. 진단을 받은 순간부터 하루라도 빨리 병을 치료하기 위해 서두르기 시작한다. 믿기지 않아 다른 병원에서 검사를 받기도 하고, 유명하다는 병원과 의사를 찾는다. 여기서도 해결이 안 되면 마지막으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민간의 비법을 찾아 헤매기도 한다. 죽음에 가까운 질병일수록 그 시장 또한 치밀하게 형성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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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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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환자를 돌보면서 뜻하지 않게 오래 살게 된 현대인의 건강에 대해 고민합니다. 건강의 핵심은 일상생활에 있고, 그 중심에 몸과 정신의 움직임 그리고 음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활한의학이란 주제로 지속 가능한 건강과 세상에 관한 이야기들을 나누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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