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욱 시-<오리장림>

박선욱 · 시, 동화, 소설 및 평전을 씁니다.
2023/10/24
오리장림
   
박선욱
   
경북 영천시 화북면 자천리
수령 수백년 넘은 굴참나무 은행나무
삼백 그루를 헤아릴 만큼 울울창창한
두 팔로도 모자랄 아름드리 나무들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서 있는 곳
숲 길이가 5리에 이르는 자천리 숲을
모두들 오리장림(五里長林)이라고 불렀다
4백여 년 전 제방 보호를 위해
조성될 때부터 마을의 모임터였던 곳
하지만 1946년 10월 어느 날
이곳에 느닷없는 총성이 울렸다
숲과 벌판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헐벗고 굶주리던 아사 직전의 사람들
대구에서 쌀을 달라고 시위를 하다가
미군정 치하 다시 임용된 친일 경찰들에게 
화북면까지 쫓기던 한 무리의 사람들
울창한 숲에 숨어들었다가 마지막 날
경찰에게 발각되어 무참하게 학살당한 곳
그 옛날 정월 대보름날이면 정한수 떠놓고
마을의 안녕과 평안을 빌며 제사를 지내던 곳
친...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1982년 《실천문학》 으로 등단. 시집 《회색빛 베어지다》 《눈물의 깊이》 《풍찬노숙》, 인물이야기 《윤이상》 《김득신》 《백석》 《백동수》 《황병기》 《나는 윤이상이다》 《나는 강감찬이다》 등. 《윤이상 평전: 거장의 귀환》으로 제3회 롯데출판문화대상 본상 수상.
315
팔로워 5
팔로잉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