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욱 지음 채광석 평전 제5장 진보적 문인 그룹의 좌장

박선욱 · 시, 동화, 소설 및 평전을 씁니다.
2023/05/17
박선욱 지음 채광석 평전 제5장 진보적 문인 그룹의 좌장
   
   
   
1980년 광주항쟁, 그리고‘검은 장갑’
   
광석은 1980년 3월에 다시 복학했다. 학내에 돌아온 그는 이제 이마에 푸른 별을 달고 돌아온 학생운동의 거물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12․12 쿠데타의 주역들은 이미 국가보위입법회의라는 무소불위의 권력 한가운데에 태풍의 눈을 숨겨놓고 있었다.
대학가에는 그동안 사냥개처럼 눈을 번뜩이며 학생들의 데모를 진압하던 사복경찰들이 철수해 모처럼 진달래와 개나리가 만발한 캠퍼스에서 봄을 느낄 수 있었다. 강의실 입구마다 만국기처럼 온갖 종류의 대자보가 붙어 있어 축제의 분위기마저 감돌았다. 서울대에서는 28일을 기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총학생회를 구성했으며, 각 대학별로 과대표, 단과대 학생회장을 선출하기 위한 토론과 집회가 한창이었다.
하지만 대학 내에서의 이러한 자유로움과 달리 사회 곳곳에서는 여전히 냉랭한 기류가 몰아쳐, 시민들의 마음을 잔뜩 위축시키고 있었다. 박정희 대통령 사망 이후 합동수사본부장의 직함으로 언론 앞에 얼굴을 드러낸 육군 중장 전두환은 4월 14일 중앙정보부장 서리 직함을 추가로 달면서 신군부의 실세임을 드러냈다. 그는 ‘2원집정부제’ 개헌 음모를 통해 집권 야욕을 불태우고 있었으나, 일반인들은 아직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4월 중순부터 시작된 각 대학의 병영집체훈련 거부투쟁은 20여 일 동안 전국 21개 대학을 뜨겁게 달구는 시위로 발전했다. 5월 15일, 10만여 명의 대학생들이 서울역 광장에 운집한 채 구호를 외쳐대며 광화문 진출을 시도했다. 이른바 ‘서울의 봄’이었다.
“전두환 물러가라! 비상계엄 해제하라! 2원 집정부제 구상을 즉각 철회하라!”
늦은 밤까지 경찰과 공방전을 되풀이하던 대학생 7만여 명은 봄비가 내리는 속에서 최루탄이 뒤범벅된 채 목이 쉬도록 외쳐댔다.
광화문 앞에는 군중을 향해 거대한 포신을 겨냥한 채 탱크가 진주해 있었다. 서울 요소요소마다 입에서 입으로 군대가 서울을 향해 진격해 올 것이라는 급박한 첩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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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실천문학》 으로 등단. 시집 《회색빛 베어지다》 《눈물의 깊이》 《풍찬노숙》, 인물이야기 《윤이상》 《김득신》 《백석》 《백동수》 《황병기》 《나는 윤이상이다》 《나는 강감찬이다》 등. 《윤이상 평전: 거장의 귀환》으로 제3회 롯데출판문화대상 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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