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수괴 및 내란목적살인, 서울의 봄
2024/05/13
이태신(정우성)은 권력에 욕심이 없었다. 육군참모총장 겸 계엄사령관 정승화(이성민)의 수도경비사령관 제안을 여러 번 거절했다. 정승화가 전두광(황정민) 패거리에 의해 납치되었을 때 이태신은 격노를 감출 수 없었다. 자신을 끝까지 믿어준 사람과 자신이 목숨 바쳐 섬기는 국가가 동시에 위협받고 있었다. 탱크를 몰고 가 전두광 패거리의 대가리를 깔아뭉개 부수고 싶었다. 국가를 구할 수 있다면 각오가 아니라 실행할 수 있었다. 이태신은 그런 사람이었다. 군인으로서의 정체성으로 존재하는 사람. 군인 정신을 지키다가 죽을 수 있다면 이태신에겐 명예로운 삶이었다. 그래서 가장 충직하게 따르는 최측근의 절실한 만류에도 휘하의 모든 병들에게 반란군 진압 명령을 내릴 수 있었다. 불리하고 유리한 게 중요하지 않았다. 후퇴는 전투의 주요 전술 중 하나지만 지금 정황에서 후퇴는 항복이었고 곧 국가 전복이었다. 전두광 패거리에게 나라를 내어주는 선택이자 결정이었다. 이태신은 자신이 그런 결정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
Copywriter. Author.
『저항 금기 해방-여성영화에 대하여』, 『너의 시체라도 발견했으면 좋겠어』, 『도로시 사전』, 『광고회사를 떠나며』, 『저녁이 없는 삶』 등을 썼다.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 sk0279@naver.com
@서형우 국민과 국토를 지켜야 한다는 대의를 위해 전장에서 같이 목숨을 걸고 싸우자고 했던 같은 편을 개인적 불이익을 앙갚음하고 권력 쟁취를 위해 무참히 죽이고 살점과 핏물을 쏟아내며 고문하는 것이 인간적 욕망이라면 전두환은 인간적 인물이 맞을 것입니다. 그는 이후 자신이 통치하는 국민 다수를 군대와 탱크를 동원해 대량 학살하기도 했죠. 이 극악한 범죄로 인해 남한은 여전히 고통 받고 있구요. 제가 감독이었고 좀 더 상업성을 덜어내며 극단적인 방식을 선택할 수 있었다면 엔딩에 반란군 지휘부의 대가리를 모조리 탱크로 짓밟아 터뜨리는 장면을 여과없이 보여줬을 것입니다. 그정도는 해야 당시 실제 희생자들에게 아주 작은 감정적 해소감이라도 줄 수 있었을 것 같아요.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참 난감했던 것이, 제 마음이 흑심이나 욕망으로 가득차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전두광의 동기에 공감이 가는데 이태신의 동기는 전혀 공감이 가지 않아서 난감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많은 현대인들에게 삼국지연의에서 유비가 더이상 매력적이지 않은 이유는 유교적 세계관 속에서만 매력적인 인간상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난세에서 인간적 욕망을 여실히 드러내는 조조 캐릭터가 더 인기가 많죠.
그래서 역사적 맥락을 모르고 현대 군 체계에 대한 이해가 없는 군대 체계마저 달라진 아주 먼 미래의 외국인들이 이 영화를 보고 전두환에게 공감을 갖지는 않을까 아무도 하지 않을 걱정을 혼자 해봤습니다.
@서형우 국민과 국토를 지켜야 한다는 대의를 위해 전장에서 같이 목숨을 걸고 싸우자고 했던 같은 편을 개인적 불이익을 앙갚음하고 권력 쟁취를 위해 무참히 죽이고 살점과 핏물을 쏟아내며 고문하는 것이 인간적 욕망이라면 전두환은 인간적 인물이 맞을 것입니다. 그는 이후 자신이 통치하는 국민 다수를 군대와 탱크를 동원해 대량 학살하기도 했죠. 이 극악한 범죄로 인해 남한은 여전히 고통 받고 있구요. 제가 감독이었고 좀 더 상업성을 덜어내며 극단적인 방식을 선택할 수 있었다면 엔딩에 반란군 지휘부의 대가리를 모조리 탱크로 짓밟아 터뜨리는 장면을 여과없이 보여줬을 것입니다. 그정도는 해야 당시 실제 희생자들에게 아주 작은 감정적 해소감이라도 줄 수 있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