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광석, 1980년대 진보 문학 진영을 이끌어낸 길라잡이

박선욱 · 시, 동화, 소설 및 평전을 씁니다.
2023/02/26
채광석, 1980년대 진보 문학 진영을 이끌어낸 길라잡이
   
   
박선욱(시인)
   
   
1980년대 문학을 얘기할 때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한 사람 있다. 시인이자 평론가인 채광석이다. 그는 1948년 안면도에서 가난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서울대 사대 영어교육과에 들어갔다가 동년배인 전태일 열사의 분신을 접하면서 노동운동과 사회 정의를 자각했고, 김수영과 신동엽 시인의 시를 통해 민족문학의 빛나는 대의를 목표로 삼았다.
김상진 열사의 ‘추도식 시위’인 이른바 ‘오둘둘 사건’의 주동자로 당국에 체포된 채광석은 2년 반 동안 옥방에 갇히는 고난을 당했다. 김상진 열사가 할복하기 전에 “학우여! 아는가! 민주주의는 지식의 산물이 아니라 투쟁의 결과라는 것을.”이라고 외친 양심선언문은 내내 채광석의 머리를 떠난 적이 없었다.
채광석은 이미 1978년 『창비』 여름호 독자 투고란에 글을 실어 문학적 역량을 인정받을 만큼 탁월한 식견의 소유자였고, 대학 때부터의 습작이 이미 시 삼백을 넘어서고 있었다. 만기 출소한 뒤 신용협동조합(신협)에 취직하여 결혼을 했고, 슬하에 외아들을 둔 생활인으로 살아가면서도 문학에 대한 열망만은 식을 줄 몰랐다.
당시 신군부는 광주항쟁을 무력으로 짓밟은 뒤 모든 민주화운동 세력을 잠재웠고, 어떠한 민주적 활동도 못하게 억눌렀다. 자유실천문인협의회(자실) 또한 다른 모든 사회단체들과 마찬가지로 깊은 침묵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빈사 상태에 빠진 자실을 일으켜야 한다고 벼르고 있던 채광석은 우선 1981년 ‘시와 경제’ 동인으로 참여함으로써 1980년대의 특징 가운데 하나인 동인지 시대를 활짝 열어젖혔다. 그는 1983년 2월 후배 김정환의 장편 연작시 『황색 예수전』 제1권에 해설을 썼고, 3월에는 창작과비평사에서 발행한 『한국문학의 현단계 2』에 “모든 문학 행위는 민족사적 요구와의 접맥을 추구해야 한다”는 취지의 문학평론 「부끄러움과 힘의 부재」를 신인작품으로 발표하여 문학평론가로 문단에 첫 발을 내딛었다. 곧이어 5월에는 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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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실천문학》 으로 등단. 시집 《회색빛 베어지다》 《눈물의 깊이》 《풍찬노숙》, 인물이야기 《윤이상》 《김득신》 《백석》 《백동수》 《황병기》 《나는 윤이상이다》 《나는 강감찬이다》 등. 《윤이상 평전: 거장의 귀환》으로 제3회 롯데출판문화대상 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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