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욱 지음 채광석 평전 제1장 안면도에서 태어난 수재

박선욱 · 시, 동화, 소설 및 평전을 씁니다.
2023/04/30
박선욱 지음 채광석 평전 제1장 안면도에서 태어난 수재
   
   
갈매기가 물어다 준 씨앗
   
   
한반도의 배꼽쯤에 해당하는 곳을 지도로 살펴보면 충청남도 북서부에서 황해로 불쑥 튀어나온 반도가 하나 보인다. 행정구역상으로 충남 태안군 ․ 서산시 ․ 예산군 ․ 당진군이 속해 있는 태안반도가 바로 그곳이다. 내륙과 다리 하나로 연결된 태안반도의 끝자락에는 허리 잘록한 곳에 물길을 내어준 섬이 하나 있다. 안면도이다.
끼룩끼룩-
안면도의 한 고을 위로 갈매기 한 마리가 선회하고 있었다. 갈매기는 어느 마을의 초가지붕 위를 서서히 한 바퀴 돌더니 삼봉 쪽 기슭으로 날아갔다. 갈매기가 선회한 지점 바로 아래에서 모시적삼에 토시를 낀 남자가 서성거리고 있었다.
1948년 7월 11일, 충남 태안군 안면읍 창기리 양지말에는 한 생명이 막 지상에 도착하는 중이었다. 채규송(蔡奎松)은 아내 이우덕이 산통을 시작할 때만 해도 마당을 공연히 오락가락하며 초조한 기색으로 담배만 연신 빨고 있었다.
“으앙, 으앙, 으앙-”
이윽고 여름날의 나른한 정적을 깨고 방안에서 우렁찬 울음소리가 들리자 채규송은 자신도 모르게 환한 얼굴이 되어 방문 쪽으로 잰걸음을 놓았다.
“떡두꺼비 겉은 사내아이가 나왔구먼유.”
그때 산파가 방문을 빠꼼히 열며 소리쳤다.
“어디, 우리 아들 얼굴 좀 볼까나?”
맏아들 건석을 낳은 지 삼년 만에 둘째아들이 또 태어났으니, 경사가 아닐 수 없었다. 방문을 열고 갓 태어난 아이를 요모조모로 살펴보니 짙은 눈썹, 오뚝한 코, 커다란 입매가 딱 자신의 판박이였다.
“당신 닮았어요.”
아내가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힌 얼굴로 말했다.
“우리 아들, 참 자알 생겼네. 여보, 고생했소.”
채규송은 아이와 아내를 번갈아가며 쳐다본 뒤 흡족한 어조로 산모의 노고에 위로의 말을 건넸다. 채규송은 본디 안면 면소재지에서 한 20리 떨어진 곳, 태안으로 들어가는 초입쯤에서 만나게 되는 창기리에서 1921년 8월 12일에 태어났다. 어릴 적부터 그곳에서 나고 자란 채규송은 안면면 승언리에서 같은 해 ...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1982년 《실천문학》 으로 등단. 시집 《회색빛 베어지다》 《눈물의 깊이》 《풍찬노숙》, 인물이야기 《윤이상》 《김득신》 《백석》 《백동수》 《황병기》 《나는 윤이상이다》 《나는 강감찬이다》 등. 《윤이상 평전: 거장의 귀환》으로 제3회 롯데출판문화대상 본상 수상.
315
팔로워 5
팔로잉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