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 믿음의 쓰임새를 파내다

고요한 · 책 파는 영화애호가
2024/02/27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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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3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한 <파묘>의 1차 예고편 조회수는 207만 회다. 최근 개봉작 중 최상위권에 위치한 조회수다. 이만하면 씨네21이 조사한 영상산업 리더 67인이 선정한 2024년 최고 기대작 3위라는 기대감을 충족시킨 듯하다. 예고편은 최민식의 대사로 시작한다. “여기 전부 다 알 거야. 묘 하나 잘못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영화 속 등장인물들에 하는 말이지만 동시에 관객에게 던지는 초대장이다.

신앙 유무와 관련 없이 풍수지리에 바탕으로 한 장례문화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벗어나기 어려운 영향력을 행사한다. 태어나자마자 울기만 하는 아이, 정신병원에서 목숨을 끊은 장손, 밤마다 헛것을 보는 할아버지까지. 미국 LA에 사는 밑도 끝도 없는 부자인 의뢰인의 집에 닥친 불행을 무당 화림(김고은), 법사 봉길(이도현)은 묘를 잘못 써서 생긴 묫바람이라고 진단한다. 나쁜 자리에 눕힌 조상이 불편을 호소한다는 거다.

두 사람이 묫바람을 잠재울 사람으로 떠올린 건 지관 김상덕(최민식). 40년간 땅을 파먹고 살았다는 그는 유력한 정·재계 인사들도 조언을 구한다는 유명한 풍수지리사다. 그리고 상덕과 함께 일하는 장의사 고영근(유해진)은 대통령을 염한 경력까지 있는 베테랑이다. 단번에 묫바람을 알아챈 무당과 법사. 베테랑 지관과 장의사의 소개가 순식간에 진행되며 <파묘>는 단숨에 관객들을 민간신앙의 세계로 몰아넣는다.
영화 <파묘> 스틸컷


■ 믿음의 조각들

편의상 ‘오컬트’로 분류하지만, 믿을 수 없는 세계를 믿게 만드는 건 장재현 감독의 특기다. 데뷔작 <검은 사제들>은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의 걸작 <엑소시스트>로 유명해진 가톨릭의 구마 의식을 서울 한복판에서 매끈하게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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