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명의 신원-다산포럼 1197호 권순긍(세명대학교 명예교수, 전 한국고전문학회 회장)

박선욱 · 시, 동화, 소설 및 평전을 씁니다.
2024/02/20
159명의 신원-다산포럼 1197호
   
권순긍(세명대학교 명예교수, 전 한국고전문학회 회장)
   
혹시나 하며 기대했던 일이 역시나, 참담한 결과로 드러났다. 지난 1월 30일 국회를 통과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에 의해 거부된 것이다. 거부권 행사는 국무회의에서 의결하고 대통령이 재가함으로써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 그리하여 2022년 10월 29일 ‘할로윈 축제’를 맞아 멀쩡하게 길을 가던 159명의 사람들이 왜 죽어야 했던가에 대한 ‘진상규명’은 이제 역사 속으로 묻혀 버렸다. 사건이 일어나고 459일째 되는 날이었다.
   
왜 정부에서는 국가적 대형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을 주저하거나 덮으려 하는지 모르겠다. 대형참사에는 당연히 진상규명이 우선이고, 다음으로 이에 합당한 책임자 처벌, 마지막으로 예방대책과 지원책이 뒤따라야 하는 게 수순이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시늉만 내고 지원책만 강조하고 있으니 유족들이나 국민들이 어찌 납득할 수 있겠는가.
   
   
“유족의 요구를 가장 모욕적인 방법으로 묵살했다”
   
한 총리는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이태원특별법에 대해 “자칫 명분도 실익도 없이 국가 행정력과 재원을 소모하고 국민의 분열과 불신만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이태원 참사로 인한 아픔이 정쟁이나 위헌의 소지를 정당화하는 수단이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런 논리라면 정치적 사건이나 국가적 대형참사는 이제부터는 특별조사를 할 수가 없다. 모든 사건이 행정력과 재원을 소모하고 정치적 입장에 따라 의견이 다르지 않았던가.
   
그런데 더 문제는 159명이 죽은 이태원 참사를 정쟁(政爭)의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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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실천문학》 으로 등단. 시집 《회색빛 베어지다》 《눈물의 깊이》 《풍찬노숙》, 인물이야기 《윤이상》 《김득신》 《백석》 《백동수》 《황병기》 《나는 윤이상이다》 《나는 강감찬이다》 등. 《윤이상 평전: 거장의 귀환》으로 제3회 롯데출판문화대상 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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