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적(笛跡)
적적(笛跡) · 피리흔적
2022/05/15

북매님을 믿고  이쁘게 머리도  감고 

늦은 산책을 즐기는 저는 오랜만의 외출로 들떠 있었지요 
스킨도 바르고 비비크림과 선크림이 혼합된 스틱 제품도 발라 
광대 부분의 기미와 잡티를 완벽하게 감춘 채 외출 준비를 마쳤지요 

제안 경이 실내에선 색이 없다가 햇살을 받으면 선글라스 기능이 되는 안경이어서 나가서 
쇼윈도에 비친 나의 모습은 꽤나-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오나-멋스럽다 생각하였지요 

이어폰으론 노엘 겔러거의 베스트앨범 Back The Way We Came를 장착했고요 
그거까지였습니다

바람이 불어 머리가 헝클어지기 시작하더니 공원에 다다르기 전 아이들 자전거에 두 번 치이고 
공원에 다다라선 수 많은 꽃가루들이 저에게만 쏟아져 내렸어요
마치 저에게만 꽃가루를 뿌려 내년에 저의 자양분으로 자라나야겠어 하는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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