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진포

박선욱 · 시, 동화, 소설 및 평전을 씁니다.
2023/02/08
구진포
   
   
박선욱
   
   
장성 굴 지나 구진포
그곳은 내 유년의 관문
키 높이 자란 갈대밭 사이에
추억은 작은 목선으로 또 있다
저어기 어스름 능선을 따라
날아오르는 새떼들
출렁이는 물에 어리는
정겨운 상형문자의 행렬 뒤로
문득 상고머리 동무들이 보이고
빈 벌판을 지나는 기적소리
기럭아 기럭아
내 이름 한나만 써도라잉
고개가 아프도록 하늘을 쳐다보며
고무신을 손에 든 채 나는
기러기를 따라가고 싶었을까
불그레한 노을이 스러지면
영 해가 뜨지 않을 것만 같아
논두렁을 따라 농수로를 건너뛰며
신작로 가로수에 기대어 숨을 몰아쉬던
겁먹은 아이의 티 없이 맑은 눈동자
장성 굴 지나 구진포
영산강 허리쯤에 이르면
옛 기억의 쪽배 하나가
여전히 흔들리고 있다
   
   
◆ 시작 메모 ◆
   
지난겨울 목포에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달리는 기차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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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실천문학》 으로 등단. 시집 《회색빛 베어지다》 《눈물의 깊이》 《풍찬노숙》, 인물이야기 《윤이상》 《김득신》 《백석》 《백동수》 《황병기》 《나는 윤이상이다》 《나는 강감찬이다》 등. 《윤이상 평전: 거장의 귀환》으로 제3회 롯데출판문화대상 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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