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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램덩크, 포기할 수 없는 이야기들
젠더박스에 갇힌 건 <슬램덩크>가 아니다
2023/02/02
<슬램덩크>에 등장하는 북산고교 농구팀 주전 선수들은 어딘가 결핍되었거나 실패한 청소년들이다. 이들은 같은 학교의 농구부에 소속된 남학생이라는 것 이외에는 그다지 큰 공통점이 없다. 서태웅은 농구 엘리트이지만 다른 이와 협력하여 플레이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채치수는 공부도 운동도 잘하지만, 전국대회 우승이라는 목표를 아직 한 번도 달성한 바 없다. 정대만은 자신만만하게 선수 활동을 이어왔으나 부상을 당한 뒤에는 갑작스럽게 어긋나 버린다.
이 내용은 1월 4일 극장에서 개봉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뿐만 아니라 90년대에 방영된 TV 애니메이션 <슬램덩크> 시리즈에도 등장한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와의 차이는 송태섭이 중점적으로 부각된다는 데에 있다. 태섭은 팀 안에서 가장 체구가 작고 왜소하며 아직 자신만의 강점을 찾지 못한 이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주인공으로 조명되는 그는 오래전 죽은 형의 그림자를 쫓고 있다.
박희정 기록활동가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에 대해 '소중한 사람을 잃은 사람들이 상실을 극복해 나가는 서사'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송태섭은 가족을 상실한 이다. 그것도 두 번이나 잃었다. 어떤 연유로 아버지가 사망했고, 그 이후에는 형마저 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태섭은 형의 방에 들어가 가면을 쓰고 형의 옷을 입는 등 형을 사무치게 그리워하며 그 상실의 감정을 애달프게 겪어 낸다.
태섭은 가장도, 아버지도 아니다. 그는 형이 바라왔던 산왕공고의 경기에 출전하여 형 대신 농구공을 튕긴다. 그는 경기에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버지도 형도 없는 자리에 진짜 '가장'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가 오랫동안 겪어오고 있는 상실을 극복하기 위해 코트에 선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그리고 <슬램덩크>의 여성들
가족을 상실한 슬픔 속에서 분투하는 태섭에게 '뚫어!'라고 소리높여 외치는 이는 바로 그의 어머니다. 그리고 죽은 형과 합동 생일파티를 여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