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의 서정시 둘 : "세한도"

클레이 곽 ·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소망하는 사람
2023/01/13
세한도 / 곽재구
조합신문에 내 시가 실린 날
작업반 친구들과 소주를 마셨다
오래 살고 볼 일이라며 친구들은
매듭 굵은 손으로 석쇠 위의
고깃점들을 그슬려주었지만
수돗물도 숨차 못 오르는 고지대의 전세방을
칠년씩이나 명아주풀 몇 포기와 함께 흔들려온
풀내 나는 아내의 이야기를 나는 또 쓰고 싶다.
방안까지 고드름이 쩌렁대는 경신년 혹한
가게의 덧문에도 북풍에도 송이눈이 쌓이는데
고향에서 부쳐온 칡뿌리를 옹기다로에 끓이며
아내는 또 이 겨울의 남은 슬픔을
뜨개질하고 있을 것이다.
은색으로 죽어 있는 서울의 모든 슬픔들을 위하여
예식조차 못 올린 반도의 많은 그리움을 위하여
밤늦게 등을 켜고
한 마리의 들사슴이나
고사리의 새순이라도 새길 것이다.

사실  곽 재구시인의 대표작 "사평역에서"도 좋지만 오늘은  세한도를 이야기하고 한다.

"경신년 혹한"이라는 표현은 1980년의  혹한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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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소망하며 살지만 현실에서 항상 부끄럽게 살아가는 소시민입니다. 살다보니 벌써 나이를 먹어서 거울을 보고 자주 놀랍니다.남은 인생을 하나님의 말씀대로 행동하며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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