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선 안 되고 알려져서도 안 되는 - 오미크론 확진자 개인정보 공개에 대한 단상

이 글은 코로나19와 백신 키워드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와 백신에 관한 정확한 정보는 질병관리청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질병관리청-코로나19예방접종 공식 홈페이지


국내에도 오미크론이 유입되어 번지고 있습니다. 국내외 사례를 종합해 볼 때 전파력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예상되어 주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오미크론의 위험성에 대해선 아직 모르는 게 많으니, 낙관도 비관도 없이 신중히 관찰해야겠습니다.

제가 주목한 건 이번 오미크론 유입 소식이 전해지는 양상입니다. 인천 어느 부부에서 시작되어 종교기관 위주로 확진자가 나오고, 외국인 커뮤니티에서 퍼지고 있으며 서울 어느 대학에도 의심환자가 나왔다는 소식이 전해져 옵니다. 연합뉴스는 친절하게 확진자의 가족관계 포함 관계도를 그림으로 그려 전파 양상을 묘사했고, 뉴스1은 오미크론 확진자/의심환자의 성별, 나이, 거주지역, 선행확진자와의 관계, 백신 접종 여부까지 꼼꼼히 담은 표를 공개했습니다(공개되어선 안 되는 정보로 판단하여 흐림 처리하였습니다. 이유는 뒤에서 밝히겠습니다).
관계도까지 친절하게 그려주었다. 연합뉴스

성별, 연령, 사는 지역, 확진자와의 관계, 백신 접종여부


확진자가 격리 수칙을 안 지켰다느니 동선을 숨겼다느니 하는 정보와 함께 확진자에 대한 비난이 점점 거세지는 것 같습니다. 마치 유행 초기에 경험했던 갈등이 그대로 재현되는 듯싶습니다. 가뜩이나 불안한 '일상회복'의 과정 가운데, 오미크론 변이 전파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여론의 비난은 피할 수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감염자가 선뜻 검사를 받지 못하게 하며 정직하게 동선을 공개할 수 없게 해 효과적인 방역을 막는 요인이 됩니다.

앞서 Midsommar님 글에서도 지적되었지만 이 갈등은 정보 공개 범위를 제한함으로써 일부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언론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어이없게도, 위에 제시된 확진자 개인정보는 질병관리청에서 보도자료를 통해 배포한 것입니다. 뉴스1 보도와 같은 표가 12월 2일 질병관리청 정례브리핑 문건에 들어가있습니다. 이 표는 꾸준히 업데이트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는 사실 공개되어선 안 되는 정보입니다. 코로나19 유행 초기부터 확진자의 신상이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수준까지 공개가 되며 문제가 생겼었습니다. 코로나19는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수많은 사람들 중 그저 불운한 사람에게 전파됩니다. 설령 그들이 부주의했거나 현행법을 어겼다 해도 그에 맞게 처벌받으면 될 뿐입니다. 개개인의 복잡다단한 사정을 알지 못한채 코로나19에 확진되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신상이 공개되고 과도한 비난의 대상이 되어선 안 될 것입니다.

사실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 제도도 여러 차례 정비되어 왔었습니다. 현행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34조의 2(감염병위기 시 정보공개)에는 공개해도 되는 정보와 공개해서 안 되는 정보가 구분되어 있습니다(아래 그림). 성별, 나이, 성명과 읍면동 단위 이하의 거주지, 그밖에 감염병의 예방과 관계없다고 정하는 정보는 공개할 수 없습니다. 특히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는 공개해선 안 됩니다.
https://www.korea.kr/news/policyNewsView.do?newsId=148886200

확진자 개인의 나이와 성별과 국적과 종교와 가족관계와 백신 접종력은 지역사회의 감염병 예방과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혹 필요하다면 확진자 개인이 특정되지 않도록 전체 확진자를 묶어서 방문장소나 연령분포, 접종 여부를 발표하면 됩니다.

그간 제도가 정비되어 왔고 비교적 절제된 범위 내에서 정보가 공개되어 왔는데, 오미크론 확산이라는 위기 앞에 그간의 원칙이 무너지는 점에 좌절을 느낍니다. 일반 시민들의 관심과 분노, 지금 상황에서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독자가 관심 갖는 소식을 취재하여 보도하는 언론도 (더 책임감을 느껴주면 좋겠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런데 정보를 소유하고 관리하는 정부까지 원칙을 무너뜨리면 어디서 개선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을까요?

그래서 이 플랫폼을 이용해 정부가 절제력 있는, 적어도 본인들이 세운 법과 기준에 맞는 정보제공 행태를 보여주길 요구합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지난 4월 정책브리핑 자료에 나타난 정부의 다짐을 여기에 옮깁니다.

"‘확진환자의 개인정보 보호!?’ ‘국민의 알권리 보장!?’

확진자 동선공개 시 필요한 정보는 ‘확진자의 거주지’가 아닌 ‘확진자가 방문하여 접촉자 규명이 필요한 방문장소’입니다!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가 노출되면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목적에 따라 해당 정보를 올바르게 공개하겠습니다!"


https://www.korea.kr/news/policyNewsView.do?newsId=148886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