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박선욱 · 시, 동화, 소설 및 평전을 씁니다.
2023/02/27
   
   
첫눈
   
   
박선욱
   
   
내가 첫눈을 좋아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거기 배어 있는
원시의 숨결 때문일까
혹은 학이라든가 백합처럼
하이얀 하이얀 색상 때문일까
   
노란 은행잎 하나 둘 떨어지고
단풍나무 모조리 벌거벗고 서 있을 때
가뿐가뿐 내려오는 눈
내가 첫눈을 좋아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북풍에 온몸 부서지면서도 끝끝내
하늘 멀리서 내려오기 때문일까
치마폭에 아이를 감싸안는 어머니처럼
대지를 포근히 뒤덮기 때문일까
아니면
얼어붙은 산과 들에 큰 귀를 대고
살아있는 것들과 얘기를 나누기 때문일까
   
문풍지에 바람이 우는 밤마다
달빛을 타고 승천하는 눈
별들과 더불어 노래하는 눈
겨울비 내리는 날이면
땅이 되어 땅으로 흐르는 눈
긴 밤 지나 먼 산빛이 깨지듯
언 땅 풀고 아지랑이 피어날 때면
지천에 풀잎으로 돋아나는 눈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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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실천문학》 으로 등단. 시집 《회색빛 베어지다》 《눈물의 깊이》 《풍찬노숙》, 인물이야기 《윤이상》 《김득신》 《백석》 《백동수》 《황병기》 《나는 윤이상이다》 《나는 강감찬이다》 등. 《윤이상 평전: 거장의 귀환》으로 제3회 롯데출판문화대상 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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