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노회찬 어록> : 우리를 행복하게 한 그의 말들 by 강상구

신승아
신승아 · 삐딱하고 멜랑콜리한 지구별 시민
2023/09/16

어느 채널의 뉴스를 시청해도 개판이 따로 없다. 비상식이 상식이 되어 버린 국회는 ‘민의’를 저버렸고, 싸구려 계파 싸움에 눈이 멀어버린 정당은 ‘민심’을 외면했으며, 제 뱃속 불리기 바쁜 놈들이 ‘협치(협력하는 정치)’를 ‘협치(협박하는 정치)’로 오남용하고 있다. 수치를 모르니 염치도 없고, 염치가 없으니 막말 대잔치를 지껄이면서도 당당하다. 화면에서 흘러나오는 참혹한 광경이 역겨워 기운이 쭉 빠져나갈 때면, 자꾸만 ‘그 사람’이 생각난다. ‘세금 축내면서 쌈박질이나 해대는 놈팽이들’과 ‘칼만 안 든 날강도’들 사이에 뛰어들어 사회적 약자의 권익 보호를 주장한 사람. 끝내 자신이 저지른 단 한 번의 실수를 용납할 수 없어서 수치심을 어깨에 짊어지고 투신한 사람. 바로 故 노회찬 의원이다. 

그는 수상쩍은 정치인이었다. 빳빳한 고급 양복 다려 입고 재래시장을 방문하지도 않았고, 포장마차 매대 앞에서 꼬치 어묵을 먹으며 소상공인들의 애환을 ‘듣는 척’하지도 않았다. 공수표를 남발하며 표를 구걸하지도 않았고, 강남 40억 대 아파트도 없었다. 정치인들이 서민 코스프레에 열을 올릴 때, 그는 서민들과 다를 바 없는 생활을 영위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내내 가용 양복 세 벌을 돌려 입은 단벌 신사였고, 구두 밑창이 닳아 없어질 때까지 발로 뛰어다녔다. 삶은 고단했지만 정치 인생은 드라마틱했다. 2004년 4.16 총선에 '민주노동당(現 정의당) 후보로 출마하여 보수 정객 김종필 후보와 치열한 각축전을 벌인 끝에, 총 299명의 국회의원들 중 299번째로 당선됐다. 원내 의석이 제일 적은 소수정당에서, 지역도 아닌 비례대표로 국회의원 배지를 달게 된 것이다.

노회찬은 국회의 이단아였다. 2004년 총선에서 당선된 뒤, 당시 노동자 평균 임금이었던 180만 원을 제외한 전액을 당에 헌납했으며, 당은 그 돈을 모아 정책 개발에 썼다. 국회의원의 가장 중요한 직무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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