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연화

악담
악담 · 악담은 덕담이다.
2024/06/28
 
화양연화
감독 ㅣ 왕가위
출연ㅣ 장만옥, 양조위, 뇌진, 반적화, 손가군
개봉 ㅣ 2000.10.21.


쟈크 프레베르의 시 < 알리칸테 > 는 내가 지금도 암기하고 있는 유일한 외국 시다. " 탁자 위에 오렌지 한 개 / 양탄자 위에 너의 옷 / 내 침대 속의 너 / 지금의 부드러운 현재 / 밤의 신선함 / 내 삶의 따뜻함. " 이 시를 생각할 때마다 탁자 위에 화면 가득한 오렌지를 클로즈 업으로 잡은 카메라가 트랙 아웃( : 카메라가 뒤로 빠지는 동선)되면서 드러나는 풍경이 연상된다. 카메라가 화면 가득 탁자 위에 놓인 오렌지에서 뒤로 빠지면 양탄자 위에 허물 벗듯 아무렇게나 벗어놓은 옷이 떨어져 있다. 이내 그 주인공이 벌거벗은 채 침대 위에 누워 있다. 

사랑하는 애인의 젖가슴보다 부드러운 것이 또 있을까. 밤은 신선하고 삶은 따뜻하다. 이 시를 지배하는 정서는 " 풀어헤짐 혹은 흐트러짐 " 이다. 애인의 몸에서 풀어헤쳐진 옷은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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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호 하드보일드 센티멘털리티 악담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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