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하게 나 자신을 지키는 법

이영진 · 끝없이 길을 찾는 구도자
2024/03/29
자기 마음 알아차리기.

이런 과목이 있어서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뭐든 학원에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고 학교에서 배우려 하는, 심지어 누군가 재치있는 말이라도 하면 "어디 학원 다녔어?"가 농담으로 통하는 사회에 살고 있어서인지 나도 모르게 누군가 가르쳐 줬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던 모양이다. 

기분이 나쁘면 기분이 나쁘다고 솔직히 말하고 화내지 않는 일이 그렇게 어려울까 싶지만, 어렵다.

최근 한 모임에서 만나 친해진 지인이 있다. 너무 친해지다 보니 선을 넘는 말도 슬쩍슬쩍 하게 되고 나는 왜인지 모른 채 은근히 기분나쁜 상태에 있게 되었다. 하루는 그 지인에게서 온 전화가 왔다. 그저 별 일없이 안부를 묻는 전화였는데 이야기가 이리저리 튀는 와중에 나는 그만 멍해져서 전화를 끊었다. 

뭔가 마음이 편치 않았는데 그게 뭔지 모르겠어서 저녁내내 끙끙 앓았다. 그러다가 잠들기 전 그 지인이 쉽게 던진 말을 듣고 내가 '바보같이'느껴졌다, 라는 결론이 나왔다. 아, 그러고 보니 나는 조금만 가까운 사이라고 생각되면 그들의 마음이 상할까봐 내 마음을 꺼내놓지 못했다. 싫어도 싫다고 못하고 기분이 나빠도 나쁘다고 말한 적이 없다. 이게 무슨 문제일까 싶지만 내가 없던 일처럼 잊어버려도 무의식은 귀신같이 그 기분을 챙겨두고 있다가 이상한 타이밍에 팡! 터지고 만다. 이게 문제다. 

예전에 내 생일 모임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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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학생들에게 국어를 가르쳤다. 글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한다. 해파리처럼 파도를 타고 넘실대며 행복하게 살고 싶다. 다정함과 선의가 세상을 구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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