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치 국가의 역설, 법과 정의는 어떻게 결렬되었는가

강부원
강부원 인증된 계정 · 잡식성 인문학자
2023/06/14
 
법의 여신이 칼과 저울을 들고 있는 모습. 이미지 출처-시사저널
법치 국가의 역설, 법과 정의는 어떻게 결렬되었는가 - 니클라스 루만, <사회의 법>
   
말년의 양식으로서 <사회의 법>
   
체계 이론의 대가답게 법과 사회에 대한 니클라스 루만이 남긴 일련의 저작물들은 엄격한 이론적 체계와 개념적 연동에 입각해 쓰였던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의 수많은 저작들은 연대기적으로 구성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각각 독자적이고 개별적이기도 하다. 임종을 몇 해 남기지 않은 시점에 루만이 남긴 저작 <사회의 법>(1993)은 루만의 지적 여정에 있어 ‘말년의 양식’에 해당하는 업적으로 볼 수 있다. 이 말은 말년의 지적 결과물이 노년의 괴팍함과 타협할 줄 모르는 위악적 면모로 드러났다는 뜻이 아니라 외려 노년이 되어서도 사회와 법 개념의 창신과 새로운 발견에 주력했다는 의미이다. 

에드워드 사이드는 <말년의 양식에 관하여>라는 책에서 말년성의 특징에 대해 ‘부조화’와 ‘화해불가능성’이라고 이야기했다. 이는 아도르노의 ‘파국’ 개념을 재전유해 내세운 개념이기도 하다. “객관은 파열된 풍경이고, 주관은 그 속에서 활활 타올라 홀로 생명을 부여받는 빛이다. 그는 이들의 조화로운 종합을 끌어내지 않는다. 분열의 원동력으로서 그는 이들을 시간 속에 풀어헤쳐 둔다. 아마도 영원히 이들을 그 상태로 보존해 두기 위함이다. 

예술의 역사에서 말년의 작품은 파국이다” 물론 루만이 예술가는 아니었지만 일평생 350권의 저작과 500여 편의 논문을 남긴 방대한 저술가이자 사회이론가인 그가 노년에 이르러 자신의 이론을 원숙하게 안정화시키는 데 집중하지 않고 당대의 담론장에서 여전히 논쟁이 될 만한 의도적인 부조화와 파격적 결렬로 치닫는 이론을 제시함으로써 ‘사회’와 ‘법’에 관한 이론적 급진성을 끝까지 유지시켜 나갔다는 데 그 위대함이 발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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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신문과 오래된 잡지 읽기를 즐기며, 책과 영상을 가리지 않는 잡식성 인문학자입니다.학교와 광장을 구분하지 않고 학생들과 시민들을 만나오고 있습니다. 머리와 몸이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연구자이자 활동가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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