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레트로② -좀도둑으로 의심받고 ‘데모꾼’으로 오인되고>

정숭호
정숭호 인증된 계정 · 젊어서는 기자, 지금은 퇴직 기자
2023/10/25
 동대문경찰서 형사계장이자 민완 형사 길통은 세운상가 1층 가운데쯤에 있던 ○○사로 나를 데리고 갔다. 좁은 공간에 오디오 기기가 빼곡했다. 일제 대형 컬러TV도 몇 대 있었다. 컬러TV방송이 시작되고, 금성사와 삼성전자 등 국내 전자회사들이 컬러TV를 생산하고 있었지만 소니, 마쓰시다, 도시바, 산요 같은 일본 제품만큼 큰 것은 못 만들 때다. 길통을 따라 세운상가에 들어섰을 때 나는 분명 몇 해 전 대학생일 때 거기서 절도범으로 불심검문을 받은 기억을 떠올렸을 것이다.

세운상가는 한국 최초의 주상복합 건물이다. ‘주상복합’이란 말이 사용되기 훨씬 전에 세운상가가 들어섰을지도 모르겠다. (궁금하면 확인해 보시길.) 그만큼 오래된 건물이다. 종로에서 퇴계로까지 길쭉이 늘어선 건물의 크기만으로도 눈길을 끌 만했다.

종로 쪽 끝부분에 현대자동차 전시장이 있었다. 종묘에서 보면 상가 오른 편이다. 현대는 거기에 코티나, 마크Ⅳ 같은 자동차를 전시했다. 미국 포드가 개발한 모델이다. 현대는 코티나의 부품을 울산공장에서 조립, 국내 시장에서 판매했다. 전시장 바깥에 큼직하게 걸려 있던 흰 바탕에 파란 글씨 ‘Ford’ 로고는 당시 세운상가의 첨단성, 현대성, 고급성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현대자동차 회장이던 정세영 씨 가족도 자동차 전시장 바로 위 아파트에서 살았다. 요즘 언어로, 현대자동차는 서울의 ‘랜드마크’ 빌딩에 ‘플래그쉽 스토어’를 뒀던 것이다.

현대자동차가 발전해서 전시장을 다른 곳으로 옮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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