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서로알고있는것처럼 ㅣ 혼자만 잘살믄 무슨 재민겨 ?
2023/11/06
" 새책 " 에 대한 미련이 없어서 같은 조건이라면 저렴한 " 헌책 " 을 사는 편이다. 헌책방 예찬론자는 아니다. 싸니까 사는 것이다. 헌책방이 성소/聖召'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구멍가게와 헌책방은 동급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시집을 헌책으로 사면 시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절판된 시집이 아닌 이상은 반드시 새책을 구입한다. 시집만큼은 그렇다. 시집 한 권에 평균 7000원은 너무 박하다 싶다. 값을 두께에 따라 정하는 것은 지나치게 천박한 자본주의적 논리다. 얇다고 해서 깊이가 얕은 것은 아니지 않은가. 시인은 대부분 브래테니커 백과사전 두께의 공책에 시를 썼다 지운다, 썼다 지운다, 썼다 지운다를 반복하다가 결국에는 얕디얕은 시집을 내놓는다. 그러니까 우리가 읽은 시집은 사실 지우고, 지우고, 지우고, 지우고 남은 < 문장 >이거나 찢고, 찢고, 찢고, 찢고 남은 < 공책 > 이다.
소설은 헌책방 가서 사도 되지만 시집만큼은 새책을 사자. 함민복 시인, 굶지 않고 잘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윤희상 시인의 시집 << 이미, 서로 알고 있었던 것처럼 >> 은 두께가 얇지만 결고 얕지 않은 시집이다. 두 번째 시집 << 소를 웃긴 꽃 >> 이후, 7년 만에 나온 시집이니 장고 끝에 내놓은 간결한 두께다. 썩지 않고 버티면 곰삭은 음식이 된다. 곰삭은 음식은 보약이 된다고 들었다. 좋은 시는 좋은 눈/目에서 나온다. 오래 보고 짧게 쓴다. " 시 쓰기의 팔 할 " 은 관찰에서 나온다. < 시인 > 이라는 낱말과 같은 뜻은 < 화가 > 다. 화가와 시인은 같은 말 ! 그들은 그리기 전( 혹은 시를 쓰기 전)에 오래 본다. 오래 보다 보면 보이지 않는 것도 보인다. 고흐가 그린 것은 빛이었다.
반면 나쁜 시는 좋은 머리/腦에서 나온다. 흘겨보고 길게 쓴다. 시인에게 있어서 명석한 두뇌는 재앙에 가깝다. 똑똑한 사람은 시인이 되지 말고 회계사가 되어야 ...
@최서우 혼자만 잘살믄 무슨 재민겨라는 전우익의 책이 있습니다. 좋은 책입니다.강추~
어떤 특정 계급의 몰락은 단순히그 계급의몰락만을 의미하지는 않을 겁니다. 모든 게 다 연결되었으니 말이죠. 샌프란시스코 도시의 몰락을 보세요. 그 비싼 집값으로 유명한 곳에서 하층민의 몰락은 결국 도시의 몰락으로 오잖아요. 집값 높은 곳에 집 잃은 부랑자들이 몰려들고, 부랑자들 몰려드니 범죄가 상승하고, 범죄 상승하니 상가의 공실률 높아지고, 공실 높아지니 지대 내려가고, 나중에는 텅빈 도시 되는 거죠...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혼자만 잘자면 뭐하는가요?"
개인적임이 팽배하고 있는 사회는 결국 병든사회일것입니다, 사람들은 곧 깨닫게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