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영화 모임의 심심함

이건해
이건해 · 작가, 일본어번역가. 돈과 일을 구함
2023/03/24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비대면 시대의 문이 대뜸 열리고 말았고(혹은 대면 시대의 문이  대뜸 닫히고 말았고), 평소에도 친구들끼리 모여서 보드게임을 하거나 영화를 같이 보고 놀기를 즐겼던 나는 어쩔 수 없이 온라인에서 그런 유희를 즐길 방법을 강구해야 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각종 ott서비스도 그런 흐름을 따라 여러 사람이 접속해서 같은 타이밍으로 영상을 감상하게 해주는 방편을 내놓긴 했다. 그래서 나도 이것을 이용해봤는데, 나의 개인적인 감상은 아주 만족스럽진 않다는 것이었다. 기술적인 문제를 겪은 것은 아니다. 상영회는 잘 진행되었고, 종종 잡담도 하고 과자도 먹으며 무난하게 즐길 수 있었다. 그러나 거기엔 뭔가 중요한 것이 빠져 있었고, ‘열광적인 맥락’을 형성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본 영화들은 그래선지 대체로 인상이 흐리고 제목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반면에 그동안 여럿이 실제로 모여서 본 영화들은 그야말로 뇌리에 강렬하게 새겨져 있으니…… 일단 엠티 가서 본 ‘버드 박스’는 넷플릭스 영화는 별로 아니었나? 하고 의심하고 보기 시작했지만 미지의 존재를 보면 자살한다는 설정의 매력에 빠져서 모두가 안대를 하고 사진을 찍을 정도로 열광했다. 여럿이 놀러 가서 영화를 본다는 게 이 정도로 재미있을 수도 있구나 하는 실감과 기쁨을 선사한 영화였다.

그 뒤에 본 ‘일라이’는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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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미스터리를 주로 쓰고 IT기기와 취미에 대한 수필을 정기적으로 올립니다. 하드보일드 미스터리 소설 “심야마장-레드 다이아몬드 살인사건”으로 데뷔. SF호러 단편소설 ‘자애의 빛’으로 제2회 신체강탈자문학 공모전 우수상. 제10회 브런치북 출판공모전 특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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