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은
홈은 · 15년차 집돌이
2023/02/22
전문직 종사자인 의사의 글에는 원래 비전문직 일반인의 이어쓰기가 제일 좋아요. (???...) 전 사람들이 백신에 대해 너무 과하게 두려워하거나 불안해하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끼는 사람이라서 백신음모론에 관련된 콘텐츠를 공유하거나 백신 불신론을 전파하는 사람들에게 율라 비스의 '면역에 관하여'를 추천하곤 해요. 다양한 사실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일반인도 이해하기 쉬운 수준으로 면역과 백신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라서요. 율라 비스가 아이의 면역과 백신 접종을 걱정하는 엄마의 입장이라는 점도 책의 설득력을 높여주는 데 도움을 주는 것 같고요.

면역에 관하여 / 율라비스 / 열린책들 / 2016


아킬레우스의 어머니는 아들을 불사의 몸으로 만들려고 애썼다. 그 덕분에 아킬레우스는 발뒤꿈치를 제외한 온몸이 결코 다치지 않는 몸이 되었지만, 결국에는 그 발뒤꿈치에 독화살을 맞아서 죽는다. 루벤스가 그린 아킬레우스의 일생에서는 스틱스 강이 그의 시작점이다. 
아킬레우스는 그의 통통한 한쪽 다리를 붙든 어머니의 손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고, 머리와 어깨는 완전히 물에 잠겨 있다. 평범한 목욕이 아니란 건 분명하다. 저승을 지키는 머리 셋 달린 사냥개가 그림 아래쪽에, 아기의 몸이 강물과 만나는 부분에 웅크리고 앉아 있어, 마치 아기가 맹수 속으로 담가지는 것처럼 보인다. 
면역을 부여하는 것은 위험스러운 일이라고, 그림은 말하는 듯하다. 아이를 제 운명으로부터 벗어나게끔 만드는 건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을 잘 아는 신들조차 끊임없이 그 일을 시도했다. 
면역은 신화라고, 어떤 유한한 목숨의 인간도 취약하지 않은 몸을 갖게 될 순 없다고, 이 이야기들은 말해 준다. 

(엄마 손가락 때문에 불사에 실패한 것 정도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저자는 신화를 통해 완벽할 수 없는 면역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흥미진진...)
D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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