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님과 삼식이

빅맥쎄트
빅맥쎄트 · 대부분의 사람은 마음먹은만큼 행복하다
2023/03/15
며칠 째 둘째의 상태가 영 안 좋았다. 누런 콧물이 심해지면서 하루 종일 기운이 없고 음식도 잘 못 먹고 잠을 잘 못 잔다. 아이가 아프면 일이 손에 안 잡히고 걱정이 되어야 정상인데, 이 와중에 나의 짜증은 극에 달했다. 둘째가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서 하루 종일 핸드폰을 가지고 유튜브를 보고 게임을 한 것. 아픈 건 아픈 거고, 지킬 건 지켜야지. 이게 다 너를 위한 잔소리인데.

어제 밤부터 오늘 아침까지 집안의 공기를 얼어붙게 만드는 썩은 내 표정과 둘째를 다그치는 모습에 결국 아내도 한 마디 했다. 아픈 아이한테 도대체 왜 그러냐고. 아프면 몇 시간이고 아이가 전화기만 잡고 있는 걸 방치하는 것도 부모로써 제대로 된 훈육은 아니지 않냐는 생각이 들었지만, 굳이 이런 걸로 다투는 것 조차 귀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치원 등원을 포기하고 아침에 둘째를 데리고 병원을 다녀온 뒤, 점심을 먹이고 빨래를 개던 중 둘째가 외할머니 집에 가자고 자꾸 보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일을 해서 안 계시다고 몇 번이나 말해줬지만 막무가내로 고집을 피운다. "두 분다 안 계시면 다시 돌아와야 한다."고 말하고 아들은 "응" 이라고 대답했지만, 실제로 두분 다 안 계시면 둘째는 울면서 짜증을 낼 것이다. 왜 아직 오지 않으시냐고. 

조금 늦은 오후에 처갓집에 가니 장모님이 계셨다. 5시가 다되어가는 시간이라, 장모님은 저녁을 준비하셨다. 둘째는 (하루 죙일 TV를 보고도) 또 뽀로로를 시청했고, 나는 옆에서 책을 읽었다. 장모님이 물었다.

"근데 애 엄마는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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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과 여호와를 경외함의 보응은 재물과 영광과 생명이니라 잠 22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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