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연가시
“이번 국정감사 관련 청문회 관련해서 신민당 김훈석 의원이 의원 직을 대국민 사과와 동시에 의원직 사퇴를 선언하였습니다. 2선 의원을 지냈던 김 의원은 이번 청문회를 통해 탈세 및 상납금을 받은 혐의가 인정되어 조사를 앞두고 이와 같은 결정을 한 것으로 보여 집니다.”
“이게 다 박실장 자네 덕이야.”
노 씨는 뒷좌석 스크린에서 나오는 뉴스를 보더니 혀를 차며 한쪽 입 꼬리를 가볍게 씩 올려 보였다.
“그러게 어디서 설쳐대, 설쳐 대기는... 훗. 박실장, 조금만 기다려. 곧 박실장과 내가 원하는 좋은 세상 올 거야.”
박실장은 핸들을 잡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의원님. 이번 청문회에서 의원님의 질의가 김 의원님에게 적중했던 것이 크게 작용한 것 같습니다.”
“뭐, 다 박실장 자네가 조사를 잘 해 준 덕분 아니겠는가? 여튼 다 잘 됐어. 수고 많았네.”
“별 말씀을요. 그런데... 의원님 병원에서는 차도가 없다고 합니까? 거기서도 포기한 걸 보니 병세가 심각한 게 아닐까 걱정됩니다. 제가 이런 말씀 드리는 게 괜한 소리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요즘 계속 피곤해 보이시더군요. 병원을 벌써 네 번째 바꿨는데도 차도가 없으시니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 할지...”
노 씨는 얼굴을 찌푸리고는 손으로 주름을 쓸어내렸다.
“그래도 이렇게 치료가 될 곳을 소개를 받았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라 생각해야지. 매년 이맘 때가 되면 아주 지긋지긋해.”
노 씨는 벌써 네 번이나 정신과 병원을 바꿔 다녔다. 그 곳에서도 해마다 연례행사처럼 벌어지는 그의 수면장애를 고치지 못했다. 어떤 약물로도 그는 늘 몇 시간이 지나면 꿈에서 그 장면을 보자마자 식은 땀을 흘리며 깼다. 여기까지 어떻게 아등바등 올라와 지금 이렇게 모두의 신망을 얻는 자리까지 올라왔음에도 중학교 시절의 기억 하나 때문에 이렇게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야 하는지 도대체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조성현...’
노 씨는 매우 엄격한 가정에서 자랐다. 그 결과 그는 항상 어깨를 움츠리며 학교를 다녔다. 초등학교 때부터 그와 조성현의 악연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