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의 만남: 제주, 팔레스타인, 그리고 서울을 잇는 다리

박선욱 · 시, 동화, 소설 및 평전을 씁니다.
2023/03/16
7년 만의 만남: 제주, 팔레스타인, 그리고 서울을 잇는 다리
   
박선욱

2012년 10월 23일(화) 오후 7시, 아시아문학연구소 주최로 첫 번째 세미나가 열렸다. 서울 흑석동 중앙대학교 병원 근처의 작은 건물 3층에 위치한 아시아문학연구소는 후배 소설가 방현석이 문을 연 ‘마흐무드 다르위시 기념 아시아문학의 집’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아랍의 신화와 전설〉이라는 제목으로 열린 제1회 세미나의 강사는 팔레스타인의 시인이자 소설가이며 언론인인 자카리아 무함마드(Zakaria Mohammed) 선생이었다.
자카리아 무함마드 선생은 팔레스타인의 위대한 시인으로서 노벨 문학상 후보였던 고(故) 마흐무드 다르위시에 대한 회고에 이어 1)이사프와 나일라, 2)힐랄의 서사시, 3)문디르 왕의 이틀: 축복의 날과 불행의 날, 4)안타라 이야기 등 아랍 세계에 전해 내려오는 신화와 전설에 대해 강연했다.
그는 신화와 전설에 나오는 이야기를 토대로 인간 세상의 화합과 평화에 대해 역설했고, 이 같은 메타포는 비단 신화로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상징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질문 시간이 되자, 나는 “선생님의 시 〈검은 꽃〉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는 자신의 시에 얽힌 젊은 날의 이야기를 끄집어내 들려주었다. 이스라엘 점령지에 거주하는 모든 팔레스타인인들은 타지로 떠날 때 관공서에 들러 기한 내에 다시 돌아와야 한다는 확인증을 받게 된다. 그는 대학 진학을 위해 이라크로 떠날 참이어서 관공서에 들렀다. 확인증에는 “2년 뒤, 오늘 날짜에 반드시 돌아와야 한다. 만일 이를 어길 때에는 영원히 이곳으로 돌아올 수 없다.”고 되어 있었다. 그는 두려운 심정으로 확인증에 서명을 하고 이집트로 떠났다. 그는 바그다드대학에서 아랍어학을 전공했으나, 기한 내에 돌아오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며 온갖 허드렛일을 다해야 했다. 하지만 학비 대기에도 빠듯했으므로 그 돈은 쉽사리 마련되지 않았다. 그는 간신히 여비를 마련한 뒤 거주지로 돌아왔으나...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1982년 《실천문학》 으로 등단. 시집 《회색빛 베어지다》 《눈물의 깊이》 《풍찬노숙》, 인물이야기 《윤이상》 《김득신》 《백석》 《백동수》 《황병기》 《나는 윤이상이다》 《나는 강감찬이다》 등. 《윤이상 평전: 거장의 귀환》으로 제3회 롯데출판문화대상 본상 수상.
315
팔로워 5
팔로잉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