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세는 저녁

천세진
천세진 인증된 계정 · 문화비평가, 시인
2023/10/04
출처 - 픽사베이
<누군가를 세는 저녁> - 천세진 
   
      올봄, 이랑을 여러 골 만들어 반으로 자른 감자 200개를 심었다. 가을이 오기 전에 천 개쯤 거두게 되리라.
   
      떠난 것들이 모두 그렇게 돌아오는 건 아니어서 감자 잎 무성한 밭둑에 서서 떠난 이들의 수를 세다가 그만둔다. 
   
      고랑 속으로 세어지지 않는 어둠이 스며들었기 때문은 아니다. 
   
      누군가 이 저녁, 나를 세기도 하리라. 노을의 꼬리가 잠깐 환해졌다 왈칵 어두워지는 건, 떠난 내가 그이의 밭에 남겨둔 게 이제 하나도 남지 않은 때문이다.
   
      이랑 속에서 감자알이 굵어질수록, 환해지는 것보다 어...
천세진
천세진 님이 만드는
차별화된 콘텐츠, 지금 바로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시집 <순간의 젤리>(2017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 <풍경도둑>(2020 아르코 문학나눔도서 선정), 장편소설<이야기꾼 미로>, 문화비평서<어제를 표절했다-스타일 탄생의 비밀>, 광주가톨릭평화방송 <천세진 시인의 인문학 산책>, 일간지 칼럼 필진(2006∼현재)
119
팔로워 348
팔로잉 377